50,60대 카페 동호회 급증
사진.영화.연주 … 아이템도 다양
경륜 바탕 양질의 콘텐츠 인기

#1.경기도 안산시 본오동에 있는 노인 컴퓨터 스터디클럽 '은빛둥지'.강희정씨(78)가 10여명의 교육원 친구들과 함께 다음에 찍을 다큐멘터리 야외 촬영 스케줄을 짜고 있다. "김씨가 허리가 좋지 않다고 하니까 이번엔 윤씨가 캠코더를 들기로 합시다. " 이들은 독립운동가 염석주 선생의 일생을 그린 '대지의 진혼곡'이란 작품으로 지난달 노인 영화제에서 1등을 수상한 베테랑들이다.

이들은 모두 60세 넘어 은빛둥지에서 이메일.인터넷 사용법부터 시작해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 사용법,포토숍 사용과 동영상 편집법을 배웠다. 강씨는 "허리 디스크.위암.인공 관절로 여러 차례 대수술을 거친 뒤 삶의 즐거움을 찾고 싶어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무거운 삼각대와 캠코더를 들고 1주일에 두 번씩 야외 촬영을 가는 일이 큰 낙"이라고 말했다.

은빛둥지 회원들은 지난 18일부터 '황혼의 길손'이라는 주제로 안산 단원미술관에서 사진 전시회도 열고 있다.

#2.김원창씨(51)가 개설한 다음 카페 '키보드 연주인'은 회원 수 6870명의 중형 카페다. 회원들 대부분이 50대의 초보 연주자들이다. 김씨는 "젊은이들 카페에서도 몇 번 활동해 봤는데 말도 함부로 하고 적응이 잘 안 돼 시니어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1년에 두 번 50명 정도가 모여 정기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데 조만간 키보드 합주회도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회원들끼리 가족보다 더 끈끈한 정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50대 이상 시니어들이 사이버 세상에서 제2의 삶을 만끽하고 있다. '실버=컴맹'이란 공식은 이제 옛말이다. 회원 수 20만명에 육박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구축하기도 하고,블로그 세상에선 경륜을 무기로 젊은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유어스테이지(yourstage.com)라는 시니어 전용 포털도 등장했다. 기존 포털 역시 시니어의 잠재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야후코리아는 조만간 '야후 시니어'를 개통하기로 했다.

네이버 뉴스,카페,블로그의 연령대별 비중 변화(올 10월과 2006년 10월 비교)에선 이 같은 흐름이 뚜렷이 나타난다. 카페의 경우 7~18세,19~29세,30~39세의 비중이 2년 새 낮아졌고 40~49세는 소폭 증가한 데 비해 50세 이상의 비중은 6.84%에서 10%로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블로그(6.56%→9.95%)와 뉴스(6.76%→10.24%) 부문에서도 50세 이상의 비중 변화가 가장 두드러졌다.

정보통신부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공동으로 조사한 '2007년 하반기 정보화 실태' 역시 시니어가 인터넷에 푹 빠져 있음을 잘 보여준다.

50대 네티즌이 2003년 22.8%에서 2007년 46.5%로 2배 증가했고 60대 이상 네티즌도 2007년 하반기 17.6%로 2003년(5.2%)에 비해 3배가량 늘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블로그 마케팅 전문가인 이중대 에델만 이사는 "2006년 말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블로그 독자를 대상으로 블로그를 읽고 영향받았다고 답한 비율을 연령대별로 조사한 결과 미국과 프랑스는 55세 이상이 18~34세,35~54세보다 높았다"며 "한국도 앞으로 미국 등과 마찬가지로 노년층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동휘/이상은 기자/윤형훈 인턴(한국외대 3학년)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