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등학교 3학년 개구쟁이 아들을 둔 A씨.학원을 마친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다. 통화중 대기를 눌러놓고 포털 지도 서비스에 접속하자 아들의 위치가 휴대폰 화면의 지도 위에 뚜렷이 표시된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준비 중인 가까운 미래의 위치 기반 서비스 가운데 하나다.

#2.여행 전문 블로거인 B씨는 구글 맵스와 텍스트를 연결시키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구글이 제공하는 지도를 끌어와 그 위에 여행지 정보를 비롯해 맛집 등을 표시하고,방문자가 특정 지역을 누르면 연관된 글들이 뜨도록 만든 것.지도 위에 일목요연하게 콘텐츠들을 모아 놓은 덕분에 방문자들도 꽤 늘었다.

포털의 온라인 지도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건물의 간판 글씨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해상도가 높아진 것을 비롯 휴대폰 속 지도를 보면서 맛집을 찾아가는 '워킹 내비게이션'도 가능해졌다. 다음,구글,KTH,야후 등 포털들이 누구든 가져다 쓸 수 있는 개방형 지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덕분에 지도를 활용한 위치 기반 서비스들은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명동의 골목까지 클로즈 업 … 지도 업그레이드 경쟁

지난달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로드 뷰''스카이 뷰' 등 3차원 지도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국내 포털들 간 지도 경쟁에 불이 붙었다. 다음의 지도 서비스는 서울 명동의 골목까지 담는 등 한국 지도 서비스에 있어서는 구글 맵스를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글코리아 역시 '지리 정보를 해외 서버에 저장할 수 없다'는 제약에서 최근 벗어남에 따라 지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파란을 운영하는 KTH도 지난달 초 동영상 지도를 표방한 '리얼 스트리트'를 선보이며 이에 맞서고 있다.

포털의 지도 서비스는 병원,학교 등 주요 건물을 지도 위에 표시하고,이동 경로 정도만 제공하는 1차원 지도에서 항공,위성 사진을 기반으로 한 2차원 지도까지 진화돼 왔다. 다음 지도 서비스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 3차원 지도다. 실제 눈높이에서 촬영한 초정밀 항공 사진에 기반해 있다.

포털들이 지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인터넷 플랫폼이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활용할 때 '보물 2호는 무엇이냐?'(지식 검색)는 것보다 '보물 2호로 가는 길 찾기'(지도 검색)가 사용자에게 더 필요한 정보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구글이 지난해 자체적으로 위성을 쏘아올리고,노키아가 수조원을 들여 세계 1위 전자 지도 업체인 나브텍을 인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청첩장 보낼때 입체지도 첨부 … 온라인 지도 활용 무궁무진

온라인 지도의 진화가 의미있는 이유는 활용처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청첩장을 보낼 때 예식 장소의 3차원 입체 지도를 첨부해 보낼 수 있다. '길치'들에겐 유용한 서비스인 셈이다. 카페 운영자들 역시 정기 모임을 가질 때 사진 지도는 물론,모임 장소까지 가는 길 안내도를 첨부 파일로 보낼 수 있다.

블로그 세계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찍은 연예인 사진과 그 장소를 사진 지도와 함께 올려 놓으면 연예인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제공할 수 있어 콘텐츠 차별화가 쉬워진다. 여행 사진이나 우연히 찍은 재미있는 동영상을 지도와 함께 실을 수도 있다. 손경완 다음커뮤니케이션 CPO(최고서비스책임자)는 "온라인 지도가 모든 인터넷 활동의 기초 무대(플랫폼)가 될 것"이라며 "지도 위에 맛집 정보 등 블로그,카페 등의 콘텐츠를 결합하거나 여행 기록을 담은 나만의 지도 제작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반 기업 입장에선 포털 지도 서비스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 가능하다. 이동통신사와 포털이 연계해 휴대폰 위치 정보를 포털 지도 위에 표시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 다른 예로 과외정보 전문 사이트는 포털 지도 서비스를 끌어와 그 위에 과외 선생님과 과외를 원하는 학생들의 지역 정보를 담을 수 있다.

부동산 정보와의 결합도 가능하다. 고해상도 사진을 무료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면 부동산 매물의 주변 편의 시설이나 교통 정보 등을 수요자에게 제공,다른 업체와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여행 상품과 온라인 지도를 결합하면 보다 입체감 있는 '상품 전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행사에도 포털의 지도 서비스가 유용하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