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범죄발생을 미리 예측해 범죄자를 단죄하는 첨단 치안시스템 프리크라임의 팀장 존 앤더튼(톰 크루즈 역)이 여러 개의 모니터 앞에서 손짓만으로 동영상을 앞뒤로 돌려보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 모니터는 유리처럼 투명하다.

이 영화의 배경은 2054년이다. 그러나 영화에 나오는 투명 모니터가 보편화되는 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투명 모니터 개발에 탄력을 내고 있어서다.

투명 디스플레이는 평소에는 유리처럼 투명한 상태로 있다가 전기신호를 입력하면 TV처럼 화면이 나타나는 장치다. 초박막LCD(액정표시장치)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의 경우 발광이 일어나면 투명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빛 투과도가 50%를 넘지 못한다. ETRI는 최근 투과도가 80%에 이르는 OLED 소자를 개발,투명 디스플레이 개발에 한 발 다가섰다.

종이처럼 휘는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도 투명 디스플레이와 함께 머지않아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말 그대로 굽어지고 휘어질 수 있는 디스플레이 장치다. 현재 상용화된 평판 디스플레이는 딱딱한 유리 기판을 사용하고 있어 휘어지지 않고 외부 충격에 약해 깨어지기 쉬운 단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휴대하거나 액자처럼 벽에 걸어두기가 그리 용이하지 않은 편이다.

플렉서블은 '깨어지지 않는(rugged)'과 '휘어지는(bendable)'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포함한다. 먼저 깨어지지 않는 디스플레이가 먼저 상용화되고 두루마리처럼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는 더 늦게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화상을 나타내는 방식으로는 EPD(전기연동형),LCD(액정형),OLED 방식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EPD 방식은 미국의 E-잉크사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데 소니가 이 기술을 채용,유리 기판으로 된 e-북을 시판하고 있다.

플렉서블 LCD는 세계 LCD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는데 수년 내에 저가 제품들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명도가 뛰어난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방식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이미 시제품이 나와 있을 정도로 실용화에 바짝 다가서 있다.

이에 따라 멀지 않은 장래에 휘어지는 휴대폰이나 거울은 물론 쇼윈도,자동차 유리 등에 정보가 표시되는 투명 디스플레이가 보편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투명하면서도 플렉서블한 디스플레이는 새로운 응용분야를 개척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디스플레이가 벽지나 천장 마감재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감성적인 조명이 가능해지고 사무실이나 집이 가상현실 공간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운전 중 시야에 방해되지 않으면서 필요한 정보를 앞 유리창으로 볼 수도 있게 된다. 옷이나 가방에 디스플레이가 부착되는 것도 보편화될 것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도움말=조두희 ETRI 신소자·소재연구부 투명전자소자팀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