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내년 2월 자사 웹 브라우저의 새로운 버전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E) 8.0'을 정식 출시하면서 '액티브X' 지원 기능을 축소하겠다고 밝혀 국내 웹사이트에 비상이 걸렸다. MS는 기능 축소 범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IE 8.0에서는 액티브X를 원칙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액티브X를 지원하지 않으면 IE 8.0 이용자들은 인터넷뱅킹,쇼핑몰 카드결제,온라인 민원서류 발급 등이 어려워진다. 국내 인터넷 사이트의 95%가 액티브X를 기반으로 구축돼 있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국내 사이트들이 액티브X 기능 축소를 보완하지 않을 경우 '인터넷 대란'마저 우려된다.


◆MS에 발목잡힌 한국 웹사이트


'IE 8.0에 액티브X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MS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액티브X 기반으로 구축된 웹사이트들은 자체적으로 액티브X 기능을 갖추거나 액티브X가 필요없는 방식의 사이트로 바꾸라는 것이다.

은행 등 금융권은 물론 정부기관 사이트,일반 인터넷 사이트 등 국내 웹 사이트들은 액티브X가 없으면 결제나 보안,서비스 구동 프로그램 배포 등이 어렵게 된다. 사용자와 사이트 관리자들이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에서 MS의 액티브X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이 거꾸로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작년 1월 MS가 PC 운영체제(OS)인 윈도 비스타를 내놓으며 액티브X 기능 일부를 제한하자 비스타를 적용한 컴퓨터로는 은행과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할 수 없어 큰 혼란을 빚기도 했다.



◆탈(脫)MS 전략 마련 시급


유재성 한국MS 사장은 액티브X 지원 기능 축소와 관련,"글로벌 웹 표준에 맞추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액티브X로 인해 소비자들이 다른 웹 브라우저를 선택할 권리를 막고 있다는 파이어폭스(시장점유율 20%대의 글로벌 2위 웹 브라우저) 등 반(反)MS 진영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란 설명이다. 유 사장은 "(IE 8.0의 액티브X 지원 축소를 통해 파이어폭스 등과)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그간 파이어폭스는 액티브X가 국제표준에 맞지도 않고 악성코드 유포에 악용될 수 있는 등 보안상의 허점이 많아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면서 액티브X를 지원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파이어폭스를 웹 브라우저로 쓰는 국내 네티즌들은 인터넷 뱅킹이나 민원서류 발급 등이 불가능했다.

MS가 액티브X 기능을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자 국내 웹사이트에 비상이 걸렸다. 공인인증서 발급기관인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액티브X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는 공인인증이나 금융결제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국내 웹 사이트들이 IE 8.0에만 맞추지 말고 파이어폭스 등 다른 웹 브라우저도 지원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IT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용자들이 국내 웹 사이트에 쉽게 접근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MS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용어풀이

◆액티브X=MS가 윈도 사용자들이 기존 응용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문서 등을 인터넷과 연결시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기술.예컨대 인터넷 뱅킹을 하려면 금융거래 및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한 PC에서만 가능한데 액티브X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유포하는 수단이다. MS의 웹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E)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서비스를 이용하려 할 때 '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나오는데 이것이 액티브X다. 국내 인터넷 사이트의 대다수가 IE의 액티브X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파이어폭스 등 다른 웹 브라우저로는 정상적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