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산업이 발전하면서 과거 개발자 겸 창업자 CEO 대신 전문경영인이 뜨고 있다.

최근 두드러진 성장세의 업체 대부분이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면서 실적이 수직상승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업계의 대표적인 전문 경영인으로는 넥슨의 권준모 대표가 있다.

넥슨은 지난 2006년 11월 권준모, 강신철 공동 대표를 선임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했다.

권 대표는 주로 대외 전략 사업과 마케팅 부문을, 강 대표는 내부 개발과 기술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넥슨의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김정주 전 대표는 지주회사인 넥슨홀딩스의 대표로 자리를 옮기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후 넥슨은 지난해 국내 기준 매출액 2천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하며 한게임, 엔씨소프트[036570]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업체로 떠올랐다.

권 대표는 지난해부터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직도 맡아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전문 경영인 영입의 성공 사례로는 예당온라인[052770]을 빼놓을 수 없다.

예당온라인은 지난 2006년 1월 마케팅과 해외사업을 총괄하던 김남철 대표이사를 선임한 뒤 댄스게임 `오디션'이 국내외에서 `대박'을 기록했고,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프리스톤테일2'를 성공적으로 공개했다.

이 기간 예당온라인은 8분기 연속 최고 실적 기록을 세우며 업계 입지를 확고히 했다.

CJ인터넷[037150] 역시 2005년 정영종 대표 취임 이래 1인칭슈팅(FPS)게임 `서든어택'이 공전의 히트를 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해외 대작게임의 판권을 잇따라 확보하는 등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095660] 또한 지난해 네오위즈[042420]의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독립하면서 최관호 대표이사 체제를 확립, 이후 FPS게임 `스페셜포스'의 재계약을 이끌어내는가하면 글로벌 게임업체 EA와의 제휴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신작게임의 출시, 팬택 e스포츠팀과 인터넷커뮤니티업체 버디버디 인수 등으로 사세가 확장 일로에 있는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초 서수길 대표를 영입하면서 기존 박관호 대표와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서 대표는 경영에서, 박 대표는 게임개발에서 각자 책임과 권한을 나눠 갖게 됐다.

이 같은 추세는 결국 게임산업의 성장과 안정적 기반 확보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과거에는 한두개 게임을 잘 개발한 것만으로도 개발자 겸 CEO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었지만, 게임산업이 글로벌화되는 상황에서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
단적으로 수년간의 실적 추락과 적대적 인수ㆍ합병 시도에 노출돼 곤욕을 치른 웹젠[069080]은 최근 개발자 출신 김남주 대표가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전문경영인 영입 방침을 밝혔다.

YNK코리아[023770] 역시 계속된 부진을 떨치기 위해 최근 장인우 대표를 새로 영입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 역시 `리니지'의 김택진 대표가 굳건히 역할을 하고 있지만 최근 수년간 매출이 정체되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최근 영입된 전문경영인들은 마케팅과 해외영업 등 방면에서의 수완과 경험을 살려 글로벌 진출과 사업 다각화, 외부 협력 강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개발자 위주의 조직에서 본격적인 이윤 창출을 위한 조직으로의 통합, 재편 작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산업은 이미 일부 마니아층을 위한 놀이가 아닌 미래 콘텐츠 산업이자 최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자리잡았다"며 "기존의 기술력에 전문경영인의 역량이 더해짐으로써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