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싸고 좋다" 수입에 열올려

국산은 흥행참패 … 상위권서 탈락

2007년은 한국이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자존심을 포기한 해로 기록될지 모른다.

올해 공개된 신작 중 최고의 히트 게임은 중국산 '완미세계'이다.

1996년 세계 최초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가 나온 뒤 처음으로 '올해의 신작' 자리를 외국 게임에 내준 셈이다.

하반기에는 미국 온라인게임을 들여오기 위해 주요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자존심을 짓밟은 완미세계는 중국 완미시공이란 업체가 만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이 게임은 지난 9월 한국에서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동시접속자수 2만5000명을 돌파했고 3만명까지 기록했다.

현재 온라인게임 인기 순위는 17위(게임트릭스 기준)다.

올해 나온 신작 온라인게임 중 30위권에 드는 게임은 완미세계가 유일하다.

따지고 보면 완미세계는 미국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를 베낀 '짝퉁'이다.

캐릭터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싸우는 점을 빼면 한국 온라인게임을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홍 서강대 교수(게임시나리오창작학과)는 "완미세계는 각종 게임의 장점을 잘 조합해 만들어낸 새로운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완미세계는 중국 온라인게임에 대한 생각을 확 바꿔놓았다.

국내 업체들은 제2,제3의 완미세계를 찾기 위해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들은 수십억원을 들여 새 게임을 개발하기보다 중국산을 들여오는 게 유리하다고 얘기한다.

중국산은 국산에 비해 개발비가 적게 들고 로열티도 저렴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머잖아 중국산 게임이 몰려올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업체들의 '역습'도 본격화됐다.

NHN과 SK텔레콤은 미국 거대 게임업체인 EA(일렉트로닉아츠)가 개발 중인 MMORPG '워해머 온라인'의 한국 판권을 따기 위해 입찰에 참가해 100억원 이상씩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입찰에는 초기에 10개 이상의 업체가 몰리기도 했다.

EA는 네오위즈와 공동으로 '피파 온라인'을 개발하면서 온라인게임 노하우를 익혔다.

온라인게임을 미국·일본 업체와 공동으로 개발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넥슨은 미국 밸브의 PC게임 '카운터 스크라이크'를 온라인게임으로 개발해 내년 중 서비스한다.

네오위즈게임즈는 EA와 공동으로 '배틀필드 온라인'과 'NBA스트리트'를 개발한다.

CJ인터넷은 일본 업체들과 함께 '드래곤볼 온라인','진삼국무쌍 온라인','이스 온라인' 등을 개발 중이다.

중국산과 미국산이 밀려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산 온라인게임 신작은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흥행작'이라고 할 만한 신작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넥슨의 '제라',한빛소프트의 '그라나도 에스파다',웹젠의 '썬',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온라인2' 등 제작비만 100억원 이상 들어간 대작이 모두 참패했다.

대작이 잇따라 실패하자 게임업체들은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보이면 한 곳으로 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년 전에 나온 총싸움게임(FPS) '스페셜포스'가 인기를 끌자 30개가 넘는 비슷한 게임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서든어택'을 제외하곤 대부분 실패했다.

외국산 게임에 대한 평가는 날로 좋아지고 있다.

게임트릭스가 집계하는 인기 게임(네트워크게임 포함) 10위권에 미국산이 3개나 포함됐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2위,'스타크래프트'가 3위,'워크래프트3'가 7위에 올랐다.

게임업계는 외국산이 밀려오다 보면 인기 게임 상위권을 중국산 미국산 등이 휩쓸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