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회사원 A과장(38)이 휴대폰을 꺼내 집에 전화를 건다.

인터넷TV(IPTV)를 이용해 원격수업을 듣고 있던 딸이 TV 영상전화로 "아빠,안녕!"하고 반긴다.

휴대폰으로 집안 모니터링이 가능해 아이 혼자 집에 있어도 불안하지 않다.

A과장은 영상회의실에서 지방 출장 중인 팀원들과 영상회의를 시작한다.

와이브로,휴대폰으로 접속한 팀원들의 모습이 너무 생생해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장면2=주부 B씨(32)에게 TV는 더이상 방송만을 보는 도구가 아니다.

아침 드라마를 보면서 친구들과 채팅을 하고 은행업무와 쇼핑도 TV로 끝낸다.

오전 11시가 되자 병원 예약시간이 됐다고 알려준다.

헬스케어 단말기에 손을 올려놓으니 혈압과 맥박 등이 TV 화면에 표시된다.

주치의 선생님이 원격으로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별 이상이 없다"고 알려준다.

2010년이 되면 이 같은 '유비쿼터스 생활(U라이프)'이 보편화될 전망이다.

차세대 정보기술(IT)의 핵심 기반인 '광대역통합망'(BcN·Broadband convergence Network) 구축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하나의 단말기로 유선전화,방송,인터넷,이동전화를 끊김없이 이용하는 '유비쿼터스'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유선·무선,방송·통신 경계 없어진다

BcN은 유·무선과 방송·통신이 융합하는 추세에 맞춰 각종 네트워크를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반으로 통합한 차세대 통신망을 말한다.

기존 유선전화망,ADSL,이동통신망,케이블TV망 등을 초고속으로 고도화한 게 바로 BcN이다.

전송속도가 초당 50∼100메가비트(Mbps)인 가정광가입자망(FTTH),광랜과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3세대 이동통신,와이브로 등이 BcN으로 분류된다.

BcN의 특징은 더 빠르게 더 많은 콘텐츠를 실어나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데이터 전송속도 때문에 어려웠던 대용량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각종 네트워크가 IP 기반으로 통합되면 통신,방송,인터넷,이동전화 등을 한 단말기로 이용하는 유비쿼터스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방송이나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도중 장소를 이동하거나 서비스를 변경해도 끊김이 없는 게 핵심이다.

따라서 유선전화,PC,휴대폰 등 네트워크를 넘나드는 영상전화나 양방향 인터넷TV(IPTV)가 가능해진다.

유선과 무선,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다.

◆어떤 서비스가 가능한가

BcN이 구축되면 기존 유·무선 서비스를 보다 빠르고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고품질 서비스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KT '메가TV'나 하나로텔레콤 '하나TV' 등에서 제공되는 고화질(HD) 콘텐츠를 끊김없이 즐길 수 있고,원하는 부분으로 빠르게 이동시켜 볼 수 있다.

TV에서 휴대폰으로 멀티미디어메시지(MMS)를 보내고 쌍방향 홈쇼핑인 'T-커머스',리모컨으로 은행 서비스와 증권거래를 이용하는 'T-뱅킹''T-트레이딩'도 가능하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IPTV의 양방향 특성이 BcN을 통해 한층 강화되는 것이다.

BcN은 생활에 유용한 각종 서비스와 결합될 수 있다.

TV나 인터넷전화,3세대 영상전화 등 모든 통신기기를 이용해 날씨,뉴스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능형 로봇도 생활 속에 널리 보급될 전망이다.

로봇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게임을 즐기거나 공부도 할 수 있다.

집 밖에서 로봇에게 청소를 시키거나 애완견에게 먹이를 주도록 명령하는 것도 가능하다.

BcN에서는 고품질의 영상서비스가 가능하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통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런 영상이 제공돼 원격 화상회의가 보편화될 전망이다.

TV나 PC를 통해 생생하게 원격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골퍼 스윙을 카메라로 찍어 네트워크로 전송하면 프로골퍼가 스윙 궤도를 입체적으로 파악해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스윙 교정 방법을 알려주는 원격 영상 골프레슨이 가능하다.

원격으로 혈압을 점검해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영상을 통해 의사의 진료를 받는 헬스케어 서비스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BcN 구축계획은

정보통신부와 KT,SK텔레콤 등 통신·방송업계는 2004년부터 1,2단계 BcN 구축사업을 진행했다.

내년부터 2010년까지 추진하는 3단계 사업에는 총 18조2000억원이 투자된다.

정통부는 2010년까지 3500만(유선 1200만,무선 2300만) 가입자 네트워크를 BcN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당초 목표인 2000만명보다 75% 늘어난 수치다.

현재 BcN 시범사업을 벌이는 컨소시엄은 KT가 주도하는 옥타브와 유비넷(SK텔레콤),광개토(LG데이콤),케이블BcN(씨앤엠) 등 4개다.

KT는 2010년까지 전화망과 인터넷망을 단계적으로 BcN으로 통합하고 가입자망의 92%를 FTTH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현행 2세대·3세대 이동통신망에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반의 인터넷 멀티미디어 시스템(IMS)을 도입해 2010년까지 모든 네트워크를 멀티미디어망으로 통합할 방침이다.

케이블방송사업자와 LG파워콤 등은 광동축혼합망(HFC)을 닥시스(DOCIS) 3.0 기술을 활용해 50Mbps 이상으로 고도화하기로 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