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가 널리 보급된 뒤부터 사진시장에선 필름과 인화지의 수요가 해마다 줄고 있다.

디카로 사진을 찍으면 필름값 부담이 없고 노트북만 열면 감상도 할 수 있으니 현상이나 인화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리하지 않은 채 쌓이기 시작한 사진 파일은 디지털족의 새로운 근심거리로 떠올랐다.

버리기엔 아깝고 그렇다고 마땅히 처리할 곳도 없으니 PC나 노트북의 저장공간을 차지하는 짐이 되기 일쑤다.

당연히 친구와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추억을 되새길 기회도 도리어 줄었다.

디지털족의 이런 딜레마를 풀어줄 대안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액자다.

사진을 인화하지 않고 바로 액자에 담아 감상할 수 있고 멀리 떨어진 가족과도 네트워크를 통해 사진을 교환할 수 있다.

디지털액자가 잠자는 PC 속 사진을 깨워줄 구세주로 등장했다.


◆잠자는 PC속 사진을 깨워라!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XX씨(남.31)는 얼마 전 태어난 아기를 보는 즐거움에 산다.

쌔근거리며 잠든 모습부터 옹알이를 하는 모습까지 한 순간도 놓치기 아까워 집에만 가면 디지털카메라와 씨름을 한다.

부산에 계신 부모님들도 손자를 보고 싶긴 마찬가지.김씨는 아기 사진을 담은 디지털액자를 구입해 최근 부모님께 선물했다.

다가올 설 명절에는 메모리카드에 훌쩍 커버린 손자 사진을 담아 부모님 댁에 있는 디지털액자에 업데이트해 드릴 계획이다.

디지털 액자의 활용처는 다양하다.

가정에서는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번거롭게 인화하지 않고 바로 감상할 수 있다.

사진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깔고 추억을 담은 동영상까지 재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무선랜,이동통신과 연결해 PC에서 원격지 디지털액자로 바로 사진을 전송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 디지털액자 'SPF-83V/72V'의 경우, 무선네트워크 기능을 통해 저장된 사진들을 별도의 연결 없이도 디지털 액자를 통해 편리하게 볼 수 있다.

시중에 판매 중인 디지털액자는 1.8인치 크기에서부터 19인치까지 다양하다.

가격도 5만∼6만원대 보급형부터 동영상,무선랜 기능까지 갖춘 고급형 제품까지 두루 갖췄다.

수요층이 늘면서 아날로그 액자의 느낌의 나무 소재 제품부터 고광택 소재를 채택한 인테리어 소품까지 디자인 경쟁도 치열하다.

◆2010년 디지털액자 시장 규모 1240만대

시장조사기관인 팍스어소시에이트에 따르면 디지털 액자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210만대에서 올해는 450만대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평균 40% 이상 성장해 2010년에는 1240만대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조사기관들은 디지털카메라,카메라폰 등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기기 판매가 늘어나면서 디지털 사진을 간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액자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IDC는 지난해 약 1억600만대 규모인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올해는 1억2200만대에서 2010년에는 1억390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메라폰은 이보다 더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됐다.

지난해 약 5억9700만대에서 올해는 7억만대,오는 2010년에는 10억2900만대의 거대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글로벌업체 각축장으로 변한 디지털액자 시장

디지털액자가 가장 잘 팔리는 곳은 미국 시장이다.

우리나라가 이제 막 도입기에 접어든 반면 미국은 이미 글로벌 업체들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미국 사람들은 흔히 가정뿐 아니라 회사 책상 위에도 가족의 사진을 담은 액자 하나씩을 올려두길 좋아한다.

이런 미국인의 생활 특징과 맞닿으며 디지털액자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가격도 100달러 내외의 보급형 제품이 즐비하다.

삼성전자,필립스,코닥을 비롯해 판디지털,스마트파츠,디지털스펙트럼 등 주요기업들이 디지털액자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10여개 중소기업이 디지털액자 제품을 내놓았다.

통신업체인 SK텔레콤도 지난해 디지털액자 서비스 '러뷰'를 출시했다.

회원으로 가입하고 월정액 요금을 내야 하지만 부모 친구 등 지인의 디지털 액자를 등록해 두면 언제든지 사진을 직접 보낼 수 있다.

현재 가입자는 2만명이 조금 안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소프트웨어 형태로 PC를 통해 디지털 액자를 구현하는 '러뷰 플레이어'를 내놓고 가입자 규모를 50만명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내년 디지털액자를 100만대 이상 판매해 새로운 캐시카우로 키운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유럽 북미 중국 등지에 디지털 액자를 선보였고 국내 시장에서도 7,8인치 디지털액자를 출시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