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홍재은씨(28)의 핸드백은 늘 각종 디지털 기기로 가득하다.

휴대폰은 기본이고 휴대폰용 블루투스 헤드셋, MP3플레이어와 출·퇴근길에 시청하는 PMP까지 적어도 서너 종의 정보기술(IT) 기기를 가지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디지털 기기가 구두나 핸드백,귀고리 같은 패션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기기 업체들은 최근 홍씨 같은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패션을 활용한 마케팅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자사의 제품을 IT 기기가 아닌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벌인다.

의류 브랜드에 어울릴 법한 거리 패션쇼, 패션화보 사진전, 고객들의 스타일 성향 분석 등 각종 이벤트도 실시한다.

◆MP3플레이어와 패션 쌈지가 만났다

LG전자는 최근 MP3 플레이어 '앤(&) 뉴비틀 에디션'을 시판하고 패션의류 브랜드 쌈지와 공동 마케팅을 실시했다.

홍대,강남,인사동,대학로 등에 있는 쌈지 매장에 제품을 전시하고 패션 의류나 소품을 활용한 고객 대상 체험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달 29일에는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을 공동 개최해 앤 DMB 등을 휴대한 고객에게 무료 입장권을 제공했다.

매장에서 배포하는 쿠폰 소지 고객 중 추첨을 통해 중고 MP3플레이어를 자사의 새 제품으로 교환해 주는 행사를 실시했다.

◆프린터 업체가 후원하는 패션 사진전

한국HP는 최근 청담동에 있는 미술관 갤러리원에서 열린 패션 화보 사진전 '프롬 파 어웨이(From Far Away)'를 후원했다.

회사 측은 자사의 디지털 프린팅 기술과 패션을 효과적으로 접목했다고 평가했다.

이 전시회에는 국내 남자 배우 7명과 유명 사진작가 5명이 호주에서 촬영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전시된 모든 사진은 HP의 용지와 포토 프린터로 출력됐다.

HP는 인쇄장비 '인디고 5500'으로 제작된 사진전 한정판 도록을 내놓았다.

◆디자이너가 만든 디자인으로 승부한다

디지털 기기 브랜드가 패션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접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소니코리아는 이탈리아 패션 가방 브랜드 '만다리나덕'과 기획부터 공동 제작한 '소니 바이오 노트북 가방'을 시작으로 올해는 카메라 가방을 선보인다.

또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함께 휴대폰과 텔레비전을 시판한다는 제휴를 맺기도 했다.

블루투스 헤드셋 브랜드 '자브라'로 유명한 GN네트컴이 지난 10일 시판한 블루투스 헤드셋 JX10 Cara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자콥 젠슨이 디자인했다.

전 세계에 2만8000개만 판매되는 한정판으로 국내에는 1000개가 시판될 예정이다.

골드,스테인리스 스틸 두 종류이며 가격은 헤드셋으로는 최고가인 49만9000원이다.

◆베컴 스타일 따라하고 베컴도 만나고!

휴대폰업체 모토로라코리아는 최근 시판한 '레이저 스퀘어드'의 글로벌 모델인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스타일을 소개하는 온·오프라인 이벤트 '비컴 베컴(Become Beckham)'을 진행 중이다.

레이저 스퀘어드 공식 홈페이지에 베컴 패션과 축구 인생을 다각도로 조명한 베컴 스타일북 코너를 마련했다.

이벤트에 응모한 소비자 중 6명을 추첨해 베컴이 직접 진행하는 런던 아카데미에 참석할 수 있게 한다.

레이저 스퀘어드 구매 고객 가운데 온라인 사이트에 응모하는 1200명에게는 청바지,선글라스,시계 등 베컴이 유행시킨 패션 아이템을 선물로 준다.

◆디지털기기 만드는 디자이너까지

디지털 기기가 패션 소품처럼 변해 가면서 거꾸로 디자이너가 자신의 디자인 브랜드 이름을 걸고 IT 기기를 만드는 경우도 생겼다.

디자이너 김영세씨가 대표로 있는 '이노디자인'은 지난달 디자인 업체로는 최초로 중소 IT업체 3곳과 협력해 이노 브랜드의 MP3플레이어를 시판했다.

디자인업체가 제품 기획부터 생산,유통까지 주도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에 선보인 MP3플레이어는 펜던트 목걸이 형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