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기 '럭셔리 열풍'… 이제 명품이라 불러주오

정보기술(IT) 기기와 패션의 짝짓기가 한창이다.

IT 기기가 블랙,실버로 대변되는 첨단 기기 상징 색을 버리고 무지개빛 옷으로 갈아입은 지 오래다.

'프라다폰','아르마니폰','람보르기니 노트북' 등 명품과 손잡은 럭셔리 IT 제품까지 줄을 잇고 있다.

이쯤 되자 '품격','대한민국 1%','귀족' 등 아파트나 자동차 광고에서 볼 수 있는 귀족 마케팅 문구가 IT 기기 광고에서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IT 기기가 패션을 파트너로 정한 까닭은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다.

기능 혁신의 한계를 럭셔리 브랜드와 디자인으로 뛰어넘겠다는 전략이다.

가문경영,철저한 수작업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명품 브랜드도 필수품이나 다름없는 IT 기기를 통해 대중화를 노리고 있다.

중산층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소비계층을 사로잡으려는 IT와 패션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럭셔리 IT 기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명품과 IT 기기 간 짝짓기가 가장 활발한 곳은 휴대폰이다.

삼성전자는 2005년 덴마크 명품 오디오 전문업체인 뱅앤올룹슨과 손을 잡고 '세린폰'을 선보였고 LG전자는 이탈리아 프라다와 제휴를 맺고 프라다폰을 내놓았다.

노키아의 '페라리폰',사젬의 '포르쉐폰',모토로라의 금장폰 등도 럭셔리 휴대폰의 대표 사례다.

삼성은 뱅앤올룹슨과의 두 번째 합작품인 프리미엄 뮤직폰 '세레나타'를 다음 달 유럽 시장에 선보이고 연말에는 아르마니폰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젠 명품 휴대폰 출시 소식이 그다지 놀랍지 않을 정도가 됐다.

포화기를 맞은 PC 업체들도 명품 전략을 통해 수요 창출을 노리고 있다.

HP는 최근 고급 브랜드 '부두'라는 이름으로 명품 게임 전용 PC인 '블랙버드 002'를 내놓았다.

고급 알루미늄 새시,LED 조명,수냉 방식 냉각시스템 등 그야말로 럭셔리 부품을 조합했다.

대만 아수스의 '람보르기니 노트북'도 최고급 부품으로 5000대만 한정 판매한 상품이다.

오디오,TV 분야에선 뱅앤올룹슨의 제품이 압권이다.

'베오랩5' 스피커는 거실의 크기나 사람의 위치,심지어 소파나 가구의 재질까지 분석해 최적의 음향을 제공한다.

최근 한국에 직접 진출한 블루투스 세계 1위 기업 덴마크 지엔넷컴이 선보인 블루투스 헤드셋 'JX10 카라'는 세계적으로 2만8000대만 한정 판매하는 상품이다.

지난 5월 우리나라에 출시된 LG 프라다폰은 88만원,유럽에서는 약 600유로에 판매됐다.

삼성의 세린이나 세레나타는 1000유로(130만원)를 호가한다.

일반인이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가 휴대폰에 견주면 프라다폰이나 세린의 가격은 애교에 가깝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휴대폰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골드비쉬사의 '르밀리언'은 가격이 무려 1백만달러(9억2000만원)에 이른다.

휴대폰 겉면에는 120캐럿 다이아몬드가 장식됐다.

1개의 다이아몬드,2개의 에메랄드,439개의 루비로 장식한 베르투의 '시그내쳐 코브라' 가격도 31만달러(2억9000만원)를 호가한다.

뱅앤올룹슨의 오디오와 TV 역시 일반인이 쉽게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가격이 비싸다.

하이엔드 스피커 '베오랩5'는 스피커 한 쌍 가격이 2780만원이다.

LCD TV '베오비전7'는 2200만원,오디오인 '베오사운드 9000'은 768만원에 팔린다.

도대체 누가 럭셔리 IT 기기를 살까.

과연 팔리기는 하는 걸까.

명품 IT 기기 업체들은 판매량을 좀체 공개하려 들지 않는다.

다만 "결코 판매량이 적지 않다"고 귀띔해줄 따름이다.

구매층이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클 수 있다는 얘기다.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수억원짜리 휴대폰 구매자는 러시아의 몇몇 부호로 알려졌다.

18K 금과 1200여개 다이아몬트를 촘촘히 박은 모토로라 'V220 스페셜 에디션'은 축구스타,영화배우 등 유명 인사에게만 2만8000파운드(5200만원)에 팔고 있다.

가격이 1000유로인 삼성 세린폰은 지금까지 5만대 남짓 팔렸다.

LG 프라다폰은 국내에서 10만대가 나간 것을 포함해 연말까지 판매량이 7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아수스 람보르기리 노트북은 세계적으로 5000대가 한정 생산돼 1년 만에 초기 물량이 거의 소진됐다.

아수스코리아의 관계자는 "국내 판매량을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처음에 배정받은 물량이 거의 소진되고 19대만 남았다"고 소개했다.

스피커 한 쌍이 2700만원을 호가하는 뱅앤올룹슨의 '베오랩5' 스피커도 예상외로 잘나간다.

지금은 이 회사 한국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효자상품이 됐다.

수입원인 코오롱글로텍의 관계자는 "가격대가 만만치 않은 데도 불구하고 강남 지역 부유층 사이에는 '머스트 해브(Must-Have)' 아이템으로 꼽힌다"며 "꾸준히 입소문을 타면서 초고가 제품이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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