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해변 디스코테크에서 미인들에 둘러싸여 춤을 즐기고, 더블린의 아이리시 펍에서 한 잔하고, 비행기를 타고 열대림 상공을 난다.

곤돌라를 타고 베니스 거리를 둘러보다가 싫증이 나면 정열의 카리브해도 찾을 수도 있다.

3차원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성한 가상세계, 세컨드 라이프(www.secondlife.com)에서 세계 곳곳을 관광하는 네티즌이 늘고 있다.

세컨드 라이프에만 들어가면 특별한 제한 없이 맘껏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돈도 들지 않는다.

만끽한다 해도 2시간이면 족하다.

그것도 컴퓨터 앞에 앉은 채로…. 세컨드 라이프 여행 가이드북을 쓴 폴 카는 "진짜 외국을 여행하는 것 같다"고 칭찬한다.

여행한 사람을 포함, 세컨드 라이프 방문객은 지난 4월에만 전 세계에서 100만명에 달했다.

아직은 미국인이 많다.

4분의 3에 육박한다.

유럽 남미 아시아 호주 등 5대양 6대주에서 모여든다.

영어를 주로 많이 쓰지만 영어가 안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세컨드 라이프에서 제공하는 무료 통역 프로그램을 챙기면 된다.

영어를 포함 9개국 언어의 정형화한 회화 표현도 이용할 수 있다.

흥이 나면 마우스로 아바타를 춤추게 할 수도 있다.

또 아바타로 하늘을 날 수 있고 텔레포트(순간이동)로 다른 곳으로 순식간에 옮겨갈 수도 있다.

마천루 사이를 바람을 가르며 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마침 일식이 진행되고 있다면 태양을 향해 솟아오를 수도 있다.

(뜨겁지 않을 테니 말이다.)

가이드가 딸린 여행도 가능하다.

가상 여행사인 신스래블스(www.synthravels.com)는 여행자와 가이드 자원봉사자를 연결시켜 준다.

지금까지 약 200명의 가이드를 소개했다.

가이드가 자원봉사하다 보니 무료. 물론 세컨드 라이프에서 쓰이는 사이버 머니인 '린든 달러'를 요구하는 가이드도 개중에는 있다고 한다.

가이드 없이 혼자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툴도 있다.

자동 투어(automated tour)가 그것. 세컨드 라이프 내 여러 사이트 개발자들이 출발 지점에 차량이나 비행기 같은 여행 수단을 대기시켜 놓고 '손님'을 받는다.

가상 여행사도 있고 여행 가이드북도 참조할 수 있다.

여행자는 사진이나 홈비디오도 찍을 수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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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팁

세컨드 라이프를 여행하려면 적합한 사양의 컴퓨터에 무료 소프트웨어인 세컨드 라이프 클라이언트를 다운받아 깔기만 하면 준비 끝이다.

컴퓨터 사양 기준은 이곳(http://secure-web9.secondlife.com/corporate/sysreps.php)을 참조하면 된다.

자동 투어를 위해선 이곳(http://slurl.com/secondlife/Mocha/228/85/32/)을 찾아가라.

세컨드 라이프에도 성수기에는 접속자가 많아 아바타의 행동이 굼뜨고 페이지가 잘 안 넘어갈 수 있다.

가능하다면 비수기인 새벽 5시부터 오전 8시 사이가 가장 한가하다고 한다.

미국 시간으로 오후 4~7시여서 접속자가 줄어든다.

18세 이하 청소년들은 유해정보가 없는 '틴 세컨드 라이프'에 접속하도록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