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보통신 업계가 지적해온 것과 세계경제포럼(WEF)이 분석한 것이 똑같아요. 과도한 시장 규제와 기술 발전을 못 따라가는 법제가 국가경쟁력 하락의 원인이라는 거죠."

한국의 정보통신기술 경쟁력이 2005년 14위에서 2006년 19위로 떨어졌다는 WEF의 '네트워크 준비지수' 발표가 나온 28일 통신업계 관계자는 '자업자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2위),인터넷 학교 보급률(4위) 등 소비 면에서는 선두권이지만 정작 중요한 시장 규제와 법제 등 환경 면에서는 낙후돼 있다는 게 WEF의 진단 아니냐"고 꼬집었다.


WEF의 지적대로 국내 정보통신 시장에선 아직도 많은 규제와 법제 미비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통신과 방송 융합 추세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행정부재다.

통방융합의 꽃이라는 인터넷TV(IPTV) 서비스는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KT 등 기간통신사업자와 각종 장비,콘텐츠 업체들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IPTV 도입을 기다리고 있지만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간 소모적 논쟁과 정치권의 정쟁에 발이 묶인 상태다.

KT는 통방융합 관련법이 늦어질 경우 '선사업 후처벌'을 감수할 계획이다.

'바람이 불기를 기다리지 않고 앞으로 뛰어가면 바람개비가 돌지 않겠느냐'(남중수 사장)는 게 KT의 입장이다.

휴대폰 보조금 정책도 대표적인 규제 중 하나다.

휴대폰 보조금은 현재 완전 자유화돼 있지 않다.

정통부가 보조금 과다살포를 우려해 내년 3월27일까지 한도 내 보조금 지급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다른 잣대를 댄다.

정통부의 이 같은 행정지도는 공정경쟁을 막고 소비자 권익을 해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 점에 관한 한 소비자들은 공정위 편이다.

날이 갈수록 비싸지는 휴대폰을 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보조금을 받기를 소비자들은 원한다.

소비자들이 각자의 주머니 사정에 맞게 살 수 있는 다양한 가격대의 휴대폰이 적다는 것도 시장제한 요인이다.

카메라가 필요없는 소비자는 음성 위주의 휴대폰을,MP3 기능이 필요한 소비자는 MP3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시장은 그렇지 못하다.

30달러짜리 휴대폰은 외국 얘기다.

정통부의 위피 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휴대폰에 탑재되는 위피는 국내 표준 무선인터넷 시스템이다.

이통사 간 호환을 위해 탑재가 의무화돼 있는 플랫폼이다.

하지만 무선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위피 탑재 비용으로 5만원이상을 지불하고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규제 완화와 관련해 WEF가 지적한 내용은 지난 2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적한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국내 기업들이 지적해온 문제점이 외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

[ 용어설명 ]

◆네트워크 준비지수(NRI)

정부와 기업 등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보통신 기술을 얼마나 활용하는지를 측정하는 지수.정보통신 기술뿐 아니라 입법절차 언론자유 창업제도 등을 망라해 순위를 매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