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소라,오렌지,강냉이,비타민,별,루찌,감자,은화….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사이버머니라는 점이다.

약 5년 전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에서 쓰이기 시작한 사이버머니가 이젠 인터넷 세상의 지불수단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사이버머니 이름에는 알고 보면 재미있는 뜻이 담겨 있다.

프리챌의 소규모 커뮤니티 '섬'에서는 지불수단으로 '소라'를 쓴다.

프리챌은 고대사회에서 소라가 화폐로 사용된 적이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소라와 경합을 벌인 사이버머니 이름으론 '물 1리터''골뱅이''쿠키''소금' 등이 있다.

프리챌 관계자는 "돈 냄새가 나지 않으면서 셀 수 있는 물체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영화예매 사이트 맥스무비는 회원에게 '강냉이'를 나눠준다.

'뻥' 소리와 함께 튀겨지는 강냉이의 이미지를 빌려왔다.

서비스를 이용하면 강냉이를 늘릴 수 있다.

강냉이 영화 로또도 있다.

대박이 나면 무한대로 강냉이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모은 강냉이로 최신 영화를 내려받아 보거나 시사회에 응모할 수 있다.

국내 최초의 UCC(사용자제작콘텐츠) 동영상 마켓플레이스(전자장터)인 픽스카우에서는 거래 수단으로 '치즈'를 사용한다.

소(카우) 젖으로 값비싼 치즈를 만들 듯 UCC 동영상으로 큰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팔 때는 '치즈 5개' 등 자신이 원하는 가격을 매기면 된다.

드림위즈에서 통용되는 사이버머니 이름은 '오렌지'다.

드림위즈 기업이미지(CI)도 오렌지색이고 회사 분위기 역시 오렌지 느낌이 강하다.

드림위즈 사이트에서 열심히 활동하면 오렌지를 준다.

이 오렌지로 가방 수건 등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는 '은화'를 쓴다.

은화는 전래동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화폐다.

네이버는 동심으로 돌아가자는 뜻에서 은화를 사이버머니 이름으로 채택했다.

다음의 1인 미디어 서비스 '플래닛'에서는 '별'을 쓴다.

다음 관계자는 "별은 '행성'이란 뜻의 플래닛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KTF는 우수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페이백 멤버십 제도를 도입했다.

무선 메시지를 많이 사용하는 고객에게 사이버 포인트 '감자'를 준다.

회원들은 KTF 홈페이지에서 감자밭을 분양받아 '식량감자''일감자' 등을 재배한다.

감자를 모아 경품을 받는다.

하나포스닷컴은 '비타민'이란 이름의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온라인 생활에 비타민을 공급하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이 밖에 포털 사이트 코리아닷컴은 '클로버',디자인포털 디자인정글은 '코코넛',인터넷몰 CJ몰은 '캔디',온라인게임 '카트라이더'는 돈의 속어인 '루찌'란 이름의 사이버머니를 사용한다.

인터넷 업체들이 사이버머니 이름을 특이하게 짓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억하기 쉬우면서도 유료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이름을 택한다.

공장환 픽스카우 상무는 "귀엽고 친근한 이름은 고객이 지갑을 여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