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이고 화제성 위주인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User Created Contents) 시대가 가고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지식과 정보,재미가 버무려진 프로튜어(프로+아마추어) 제작 콘텐츠(PCC·Proteur Created Contents) 시대가 오고 있다.

네티즌들이 화제 동영상을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자신이 궁금해하는 전문영역을 전해주는 동영상을 더욱 선호하는 추세다.

자극적인 기존 UCC 동영상에 대한 거부 반응이기도 하다.

67세의 전직 문화부 기자 할아버지가 진행하는 문화체험방송이 그 중 하나다.

나우콤이 운영하는 개인방송국 '아프리카'에서 '고야'라는 닉네임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이 할아버지는 기자시절 겪은 해외 문화 체험기와 해박한 음악 지식을 전달하며 대박 인기를 끌고 있다.

40대 젊은 시절의 사진을 올려 '한국의 이브 몽탕'이라는 애칭까지 얻은 전직 언론인은 연륜이 묻어나는 구수한 입담으로 해외여행 경험과 여행 시 주의사항 등을 전문가 수준으로 꼼꼼하게 전달한다.

할아버지는 "은퇴 후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어서 심심했는데 이제는 고정팬까지 생겨 살맛난다"고 말했다.

동영상 전문 사이트 판도라TV에 등장한 '소아 심폐 소생술' 동영상물도 PCC에 속한다.

이 동영상은 어린아이의 기도가 막혔을 때 인공호홉을 통해 누구나 쉽게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도록 시범 등을 통해 정확하게 알려준다.

소방관으로 알려진 이 BJ(진행자)는 응급구조사 시험 대비용 PCC도 올려놓는 등 심폐소생술 알리기에 열성적이다.

'아프리카'를 찾는 개미군단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빛으로그린' 주식방송도 프로급 1인 방송으로 통한다.

경력 13년을 자랑하는 전업 주식투자자 박재진씨(43)는 주가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네티즌과 실시간 채팅을 한다.

박씨 덕에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이 방송의 주가도 상승 중이다.

PCC가 동영상 형태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 뺨치는 평론과 북리뷰로 명성이 높은 네티즌도 많다.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 '뮤직' 코너에는 리뷰를 올리는 회원이 하루평균 150여명에 달한다.

음악을 듣고 1000개의 리뷰 쓰기를 목표로 삼은 네티즌도 있다.

신화 슈퍼주니어 등 아이돌 가수만을 대상으로 리뷰를 쓰는 마니아도 있다.

이들이 혹평하면 인기가 떨어질 정도다.

영화평론 전문 사이트 '듀나'에는 '회원리뷰 게시판'이 따로 개설돼 있다.

영화뿐만 아니라 책 전시회 드라마 만화 등에 대해 날카로운 비평글을 쓰는 전문 PCC 작가도 있다.

동영상업체 엠엔캐스트에서 활약 중인 '대추씨'는 춤꾼들을 위해 춤동영상만 올린다.

네티즌들은 그가 올린 400건 이상의 동영상을 보고 춤을 배운다.

대추씨는 프로급 댄스 경연대회에 출전할 만한 실력을 자랑한다.

네티즌들은 그의 PCC 동영상을 80만번 이상 재생해서 봤다.

PCC 열풍은 엽기와 재미로 대표되던 기존 UCC가 한 단계 진화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보다 세분화하고 전문화하면서도 흥미 요소를 갖춘 PCC가 기존 UCC의 질을 높였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PCC를 응용한 홍보동영상을 올리는 새로운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