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7월29일자 A1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될 전망이다.

하루 접속자가 30만명 이상인 포털 사이트와 20만명 이상인 인터넷 미디어 사이트가 대상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8일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 포털이나 인터넷 미디어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키로 합의했다.

당정은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해 처리한 뒤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현재 권고사항으로 돼 있는 사이트 가입자에 대한 실명 확인이 의무 조항으로 바뀌게 된다.

댓글이나 게시물에는 지금처럼 필명과 아이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수사기관 등이 요청하면 언제든지 작성 당사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당정은 우선 하루 방문자 수 기준으로 포털은 30만명,미디어는 20만명 이상인 사이트에 한해 본인 확인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 사업자가 직접 관리하지 않는 인터넷 공간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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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상의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한 인터넷 실명제 도입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포털이나 인터넷 미디어의 게시판에 글을 올릴 경우 본인 여부를 확인토록 하는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 제도는 하루 방문자 수가 30만명 이상인 포털과 20만명 이상인 미디어 등 대형 사이트를 대상으로 이용자가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서비스 사업자가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되 만약 본인임이 확인되면 필명이나 ID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게 중심이다.

모든 사이버 공간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필명 등의 사용을 배제하지 않은 점에서 전면적 실명제가 아닌 제한적 실명제로 볼 수 있다.

이른바 '개똥녀 사건'을 비롯 인터넷 상에서 이뤄지는 욕설과 비방,인신공격 등 그릇된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그 방법론이다.

그동안에도 익명성을 악용한 인권침해 등 우려할 만한 사건이 터졌을 때마다 실명제 문제가 거론되곤 했지만 찬반 양론이 대립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실명제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타인의 인격권이나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인 데 비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며 반발해왔다.

반대측,인터넷 '자유로운 의사소통' 훼손

실명제 반대론자들은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희생해 명예훼손 등을 줄이겠다는 것은 통제 만능주의적인 발상으로,'자유로운 의사소통'이라는 인터넷의 본질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금도 아이피(IP) 주소 추적이 가능하며 상당수 포털에서 회원 가입 때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 행위를 추적하고 처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터넷 실명제의 법제화는 겁을 주기 위한 것에 불과하며,특히 문제의 글을 서비스업체가 임시로 차단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은 검열 권한을 주겠다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 서비스 제공자가 직접 관리하지 않는 인터넷 공간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네티즌이 게시판에 글을 올릴 경우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 또한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사생활 침해는 인터넷 댓글이 아니라 주민번호 유출과 도용이므로 인터넷에서 주민번호 사용을 금지하고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없는 본인 확인 대체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찬성측,익명성 악용한 명예훼손 근절돼야

찬성하는 쪽에서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익명성과 비대면성을 악용한 명예훼손과 협박 등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근래 들어 인터넷을 통한 사생활 침해 등 역기능과 부작용에 따른 피해는 구체적 사례를 일일이 거론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연예인 X파일 사건' 등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인터넷의 익명성을 남용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는 댓글은 정통부가 4대 사이버 폭력으로 지목할 만큼 엄청난 폐해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알바' 등을 통한 인터넷 여론 조작 및 왜곡현상 또한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름과 안면의 틀에 묶여 있는 우리의 실정을 감안하면 사이버 폭력으로 인한 파문은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이대로 가다가는 현재와 같은 명예훼손이나 인신공격의 수준을 넘어 우리 모두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따라서 실명제 도입은 이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 정착시킬 방법론 모색해야

물론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네티즌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인터넷의 본질을 훼손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해악을 양산하고 있는 익명성의 폐해를 그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이제는 인터넷 실명제 문제를 놓고 더이상 찬반 논란으로 시간을 보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을지 그 방법론을 모색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인 확인을 거치지 않은 포털에 대한 처벌 조항이 배제되는 등 이번 조치의 미비점은 시급히 보완돼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댓글문화를 건전화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양식있는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정화 노력과 체계적인 인터넷 교육 및 지도가 뒤따르지 않고서는 문제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물론 인터넷 포털들도 실명제를 뿌리내리고 확산해나가는 데 앞장서 나가야 할 것이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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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풀이]

인터넷 실명제

인터넷으로 글이나 자료를 올릴 때 반드시 본인의 실명을 사용토록 하는 제도로,인터넷의 부작용인 흑색선전이나 사이버 테러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인터넷 사이트는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확인하는 실명확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포털사이트(portal site)

집안으로 들어갈 때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현관이나 관문(포털)처럼 네티즌들이 인터넷 접속시 거치도록 만든 사이트.인터넷에 접속해 웹브라우저를 실행시켰을 때 처음 나타나는 웹사이트로,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한데 모아 놓은 것이다.

댓글문화(reply culture)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들 사이에 주고받는 글쓰기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표현.댓글은 '대답하다,응수하다'라는 뜻의 '리플라이(reply)'를 번역한 것으로 '대답하는 글' 또는 줄여서 '답글'로 풀이되며 '리플'로도 불린다.

인터넷 게시판은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 공간으로 긍정적 역할도 하지만 '악플'(악성리플)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