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의학분야에서 수준 높은 연구인력과 훌륭한 연구시설, 공동 연구에 대한 열정 등 3가지를 모두 갖췄습니다. 앞으로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계 6위의 다국적 제약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사가 한국 의료진의 기초·임상 연구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과 공동 연구를 확대하기 위한 `구애작전'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사의 부사장 겸 항암제 연구개발 분야 책임자인 알렌 바지(Alan Barge) 박사는 23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내 연구소에서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하고 항암제 개발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연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오는 9월부터 한국의 연구원 1명을 아스트라제네카 항암제 연구소가 있는 영국 맨처스터의 엘더리파크에 1년간 초청해 체류비와 연구비용 일체를 지원키로 했다.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 임상 연구인력을 자사 연구소로 초청해 공동 연구를 추진하기는 아스트라제네카사가 처음이다.

또한 아스트라제네카사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연세의료원, 국립암센터 등을 `임상 연구시설'이 훌륭한 곳으로 꼽고, 이들 임상센터를 통해 향후 신약개발을 위한 협력연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이날 인터뷰를 통해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이번 발표는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했던 데이비드 브레넌(David R Brennan) 회장이 향후 3년간 한국에 26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뒤에 나온 실무차원의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매출 약 27조원에 연구비만 3조9천억원을 투자한 대표적 글로벌기업이다.

이 회사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만 9명에 달한다.

아스트라제네카사가 한국의 기자를 초청해 연구소 본사가 있는 영국 맨처스터의 엘더리파크를 소개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엘더리파크에서 가진 알렌 바지 박사와의 주요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소개한다.

다음은 바지 박사와의 일문일답.

--한국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한국의 임상연구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여러 학회에서 한국의 연구자들이 발표한 연구성과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 밖의 다른 이유는 없나.

▲앞으로는 항암제 개발 과정에서 전세계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보다는 특정환자 또는 그룹에서 개발 중인 신약이 잘 듣는지를 초기단계에서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요즘은 아시아지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은 아시아 다른 나라에 비해 연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한국의 항암제 연구수준을 평가한다면.
▲아시아에서는 단연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상위그룹에 속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연구자가 있다면.
▲4년전쯤 미국암학회(ASCO)에서 (국립암센터의) 이진수 박사가 폐암을 주제로 발표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당시 나를 처음 만난 이 박사는 한국에 (나를) 초대했었다.

--관심 있는 협력 과제 분야는.
▲항암제 분야에서 기초과학부터 임상연구까지 모두 해당된다.

한국 연구팀과 동물실험부터 임상시험까지 같이 했으면 좋겠다.

공동 연구를 통해 질병의 마커(표지자)를 찾는데 주력하겠다.

--그렇다면 염두에 두고 있는 질환이 있나.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에게 발병률이 높은 간암와 위암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간암과 위암, 폐암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타깃을 찾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공동 연구를 검토하고 있는 연구진이 있는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이레사 연구에 참여한 삼성서울병원의 박근칠 교수, 서울아산병원의 강윤구 교수, 국립암센터의 이진수 박사를 잘 아는 정도다.

--한국 연구인력의 연구소 초청 계획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달라.
▲일단 오는 9월에 항암 분야에 관심있는 한국의 연구원 1명을 엘더리파크에 초청할 계획이다.

이 연구원은 1년간 엘더리파크에서 연구한 뒤 돌아가 2년 동안 그 연구주제를 가지고 한국에서 연구해야 한다.

연구비는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지원한다.

이와함께 아스트라제네카의 연구인력을 한국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9월에 한국을 방문해 결정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누구를 만나나.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소속 의사들을 주로 만나 앞으로 협력관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공동연구를 한다면 연구소를 한국에 짓겠다는 것인가.

▲아니다.

한국의 많은 병원과 임상연구를 확대할 계획이지만 새 건물을 짓는 것은 아니다.

기존 한국의 임상연구 건물을 이용하겠다.

서울대와 아산병원, 국립암센터 등등에는 이미 훌륭한 임상센터가 있다.

--한국에도 많은 바이오기업이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기업을 평가해달라.
▲한국의 바이오기업은 많은 연구결과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접촉했던 기업도 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한국의 기업과 협의 중인 곳은 없다.

--줄기세포 연구분야로 진출계획은 없나.

▲계획이 없다.

줄기세포는 아직까지 신경정신계에 불안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 분야는.
▲아직까지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유전자 연구 분야의 한 가지인 `분자 표적 치료제' 부분에는 관심이 있다.

우리 연구소에서도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 한국인 과학자 채용을 늘릴 계획이 있나.

▲아직까지는 한국인 과학자가 없지만 앞으로는 채용을 늘릴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