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와이드웹(WWW), 세계 이동통신기술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GSM, 개방형 PC 운영체제 리눅스 등 현대 첨단 기술의 정수(精髓)는 모두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비롯됐다.

요즘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디지털 콘텐츠 압축기술인 MP3도 유럽에서 개발된 것이다.

기업가 정신(Enterpreneurship)이 발달한 미국이 상용화 단계에서 항상 한발 앞서왔을 뿐이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Skype)'의 공동 창업자인 니클라스 젠스트롬(39)과 야누스 프리스(29)는 그래서 유럽의 '희망'이라 할 수 있다.

젠스트롬은 스웨덴, 프리스는 덴마크 출생의 유럽인이다.

이들의 사업 근거지도 런던, 룩셈부르크, 탈린(에스토니아) 등 유럽 대륙이다.

이들은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06 세계를 변화시키는 100인'에 뽑혀 유명세를 타고 있다.

두 사람은 2003년 스카이프를 창립했지만 최고경영자(CEO)는 젠스트롬이 맡고 있다.

프리스는 경영의사결정에 책임은 지지 않고 항상 자유로운 사고와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협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스포트라이트는 젠스트롬 쪽에 더 쏠리고 있다.

그의 이름 앞에는 '미래의 빌 게이츠' '미래의 제프 베조스(아마존닷컴 회장)'란 수식어가 붙곤한다.

하지만 젠스트롬과 프리스는 이런 공치사보다는 '리눅스 이념의 계승자'란 표현을 더 좋아할 것 같다.

이상적인 정보화 사회는 모든 기술과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고 기술자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기술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란 강한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89년 헬싱키대 학생이었던 리누스 토발즈가 리눅스를 개발한 지 꼭 10년 뒤인 1999년, 젠스트롬과 프리스는 P2P(개인간 파일공유) 기술에 기반한 음악콘텐츠 공유사이트인 '카자(KaZaA)'를 선보여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물론 음악파일을 불법 공유하게 한다며 각국 정부와 음반업계가 그들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세우고 법정에 세우기도 했다.

그래도 개방된 정보화 사회야말로 진정 그들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라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결국 2003년에 역시 같은 P2P 기술을 활용, 인터넷 무료전화 서비스인 스카이프를 내놓았다.

스카이프는 최적의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성, 어떤 인터넷 전화 서비스보다 뛰어난 통화 품질을 제공한다.

간편하게 SW를 내려받을 수 있고 윈도,매킨토시 운영체제인 맥OS X,리눅스,포켓PC 등 어떤 운영체제에서나 가동된다.

게다가 27개국 언어로 사용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스카이프 인터넷전화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사람만 하루에 25만명을 웃돈다.

전 세계 스카이프 이용자수는 1억명(2006년 4월 기준)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선인터넷뿐 아니라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도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조만간 집에서는 물론 길거리에서도 스카이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젠스트롬과 프리스의 배경은 상당히 다르다.

젠스트롬은 스웨덴 업살라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컴퓨터과학과 엔지니어링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젠스트롬보다 10살 어린 프리스는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기벽이 있었다.

사회생활도 암스테르담에 있는 전화회사 텔레2의 안내 데스크에서 전화받는 일부터 시작했다.

텔레2에서 만난 두 사람은 모두 아이디어가 풍부했고 사업가적인 비전과 기질도 비슷해 평생 동지가 될 수 있었다.

스카이프는 작년 10월에 30억달러에 이베이에 팔렸다.

그러나 경영에 독립성을 유지하고 음성통화 사업에만 주력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베이의 맥 휘트먼 CEO도 "이베이의 자원을 활용하라.당신들에게 이런 저런 지시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들이야말로 인터넷 전화 사업에서 최고이기 때문"이라고 치켜세웠다.

달라진 것은 없다는 얘기다.

새로운 게 있다면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는 약관의 프리스가 스카이프 매각을 통해 덴마크 두 번째 부호가 됐다는 점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