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8일(미국 현지 시간)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PS3)의 가격, 출시 시기 등 상세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현재 게임기 시장의 제왕인 소니가 차세대 게임기 경쟁에서 PS3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X박스360, 닌텐도의 위(Wii) 등을 누르고 패권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PS3 관련 발표의 핵심은 가격, 움직임 감지 컨트롤러 등 신 기능, 게임 소프트웨어(SW) 라인업 등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소니는 PS3의 가격을 20GB(기가바이트) 하드디스크 탑재판은 미화 499달러(일본 5만9천800엔), 60GB 하드디스크 탑재판은 599달러(일본 판매점 자유 가격)로 확정했다.

이 같은 가격은 경쟁 제품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X박스360가 하드디스크 탑재 판이 399달러, 하드디스크 등이 빠진 기본(코어) 시스템이 299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100달러 이상 높은 것이다.

PS3가 차세대 DVD인 블루레이(X박스360은 일반 DVD), 최신 프로세서 '셀'을 탑재했고 움직임 인식 컨트롤러를 채용하는 등 초고성능을 구현함에 따라 이 같은 가격은 합리적 수준이라는 것이 소니의 입장이다.

특히 조만간 출시될 블루레이 플레이어 가격이 약 1천달러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비해 PS3이 매우 저렴해 블루레이 영화를 즐기려는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이라고 소니는 보고 있다.

PS3의 기능 중에서도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첫 공개된 움직임 감지 기능으로 게이머가 컨트롤러를 전후, 상하, 좌우로 기울이거나 움직이면 컨트롤러 내장 센서가 이를 모두 인식한다.

발표회에서 벌어진 게임 '워호크'의 시연에서는 워호크 개발자가 컨트롤러를 기울이면 플레이어의 전투기가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하는 등 역동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이 기능은 닌텐도 위 게임기의 핵심인 움직임 감지 컨트롤러와 큰 차이가 없어 소니가 위를 견제하기 위해 급하게 넣은 것으로 추정되나 이를 응용한 다양한 체감형 게임이 가능해져 상당한 기대를 낳고 있다.

SW 라인업과 관련해서도 당초 게임 개발이 매우 지연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으나 소니는 이날 개발 중인 게임 영상 30여개를 공개하며 이 같은 이야기를 불식시키려 노력했다.

특히 '그란투리스모 HD', '메탈기어 솔리드 4', 'NBA 라이브 07', '타이거 우즈 PGA 투어 07' 등은 실제 PS3에서 실시간으로 작동됐으며 이 외 여러 게임 체험판도 10일 개막하는 E3 게임전시회에서 플레이 가능한 버전으로 공개될 예정이어서 게임 개발이 꾸준히 진척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내용이 PS3의 장래를 쉽사리 낙관할 정도의 확신을 주고 있는지는 다소 미지수다.

우선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 X박스360이 하반기 가격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으며 닌텐도 위도 200달러대의 낮은 가격 책정이 유력시돼 PS3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상쇄할 다른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회에서 공개된 게임의 그래픽 등에서는 이미 출시된 X박스360과 확연히 차별화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평이 적지 않다.

또 기존 게임기들이 기본 제공하는 컨트롤러 진동 기능이 움직임 감지 기능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삭제된 것도 컨트롤러 진동으로 인한 타격감 등을 좋아하는 상당수 게이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출시까지 남은 기간 소니 등 PS3 게임 개발사들이 게임의 질을 크게 향상시켜 X박스360 등을 압도하는 게임 라인업을 갖추는 것이 소니의 수성(守城) 여부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