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골프 마케팅'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5일 영종도 스카이72CC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투어 겸 아시아 PGA투어 SK텔레콤오픈 2라운드에서 초청선수인 미셸 위가 남자대회 커트를 처음 통과함에 따라 대회를 주최한 SK텔레콤은 한국 골프대회사상 최고의 흥행을 거두게 됐다.

전체 효과는 6일과 7일 열리는 3,4라운드가 끝나야 가늠할 수 있겠지만 SK텔레콤측은 투자 대비 20배 이상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대회 성과를 돈으로 환산하길 주저한다.

대회가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추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25억~30억원을 투자한 이 대회에서 중계료 입장료 협찬금 등 금전 수입과 홍보효과 등을 더하면 500억원 이상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한다.

MBC로부터는 골프 대회 역대 최고의 중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과 SK그룹은 금전 수입보다는 친밀도와 인지도가 높아지게 됐다고 좋아한다.

미셸 위의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이미지가 SK텔레콤 또는 SK그룹의 이미지와 겹치면서 친밀감을 주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또 미셸 위의 컷 통과 뉴스가 전 세계에서 크게 보도됨에 따라 SK텔레콤은 물론 SK 브랜드 인지도가 현저히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골프 대회 성과를 평가하려면 갤러리 숫자와 만족도,참가 선수들의 코스 만족도,부대행사 등도 고려해야 한다.

SK텔레콤은 이 부분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자평한다.

갤러리는 1,2라운드를 더해 1만명을 훌쩍 넘었다.

특히 어린이날인 5일에는 8000명이 넘는 갤러리가 운집해 PGA 메이저 대회를 연상케 했다.

잉글랜드 링크스 코스를 닮은 코스에 대해서도 선수는 물론 갤러리들도 만족한 반응을 보였다.

SK텔레콤은 짭짤한 부수효과도 거뒀다.

지난달 30일 프로야구 SK와이번즈 인천 홈경기에서 미셸 위가 시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셸 위가 공을 던지고 타격하는 모습은 국내외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2라운드가 열린 5일엔 정오께 경기를 마친 최경주 선수가 SK텔레콤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하고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재미를 본 것은 SK텔레콤뿐이 아니다.

미셸 위에게 1박당 220만원짜리 원더풀 스위트룸을 제공한 W호텔도 기대 이상의 홍보효과를 거뒀다.

W호텔 관계자는 "원더풀 스위트룸이 통유리를 통해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등 경관이 좋아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로도 쓰이고 있으나 미셸 위가 묵었다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기뻐했다.

미셸 위 방한기간에 오피러스를 제공한 기아자동차도 싱글벙글이다.

브랜드가 직접 노출되진 않았지만 한국계 미국 풋볼 영웅 하인즈 워드에 이어 미셸 위가 오피러스를 이용함으로써 고급차 이미지를 더욱 높이게 됐다는 것.기아자동차는 이번에 오피러스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골프클리닉을 열기도 했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미셸 위가 오피러스를 탔다는 사실을 알면 해외 소비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스포츠단장을 맡고 있는 신영철 전무는 지난해 10회 대회를 준비하는 실무자들에게 "판을 크게 벌여 남는 장사를 해보자"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골프대회를 열어봤자 돈만 들지 남는 게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걸 뛰어넘자고 생각하던 차에 미셸 위가 프로 전향을 선언했고 실무자들은 극비리에 미셸 위 초청을 추진했다.

SK텔레콤 스포츠마케팅팀 장순일 팀장은 "어린이날 열린 2라운드에서 미셸 위가 큰 선물을 준 것 같다"면서 "제10회 SK텔레콤오픈이 우리 국민과 미셸 위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대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명수·오상헌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