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14일 학회 세미나 참석차 부산에 가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 김 교수에게 병원에서 당직의사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김 교수가 맡고 있는 환자의 상태가 갑자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급히 PDA폰을 꺼내, 가상사설망(VPN)으로 병원 시스템에 접속했다. 각종 검진기록과 새로 찍은 엑스레이 사진 등 환자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EMR)을 검토, 급한 처방을 내렸다. 서울로 올라오는 KTX안에서 환자의 실시간 상태를 점검했다. 유비쿼터스가 의료계를 포함한 우리 사회와 생활 전반을 바꿔 놓고 있다. 유비쿼터스 병원 시스템 전문기업인 ㈜휴텍21에 따르면 앞으로 의사들에게는 모바일 PDA폰이 지급된다. 모바일을 통해 화상진료가 가능해져 응급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를 24시간 돌볼 수 있다. 병동 간호사들에겐 노트북이 하나씩 지급돼 환자 옆에서 모든 업무가 진행된다. 병원에서 종이가 사라지게 된다. 입원환자들에게는 바코드를 손목에 부착하게 된다. 바코드를 스캔하면 환자에 대한 관련 기록이 화면에 나타난다. 컴퓨터로 의사 처방이 확인된 상태에서 투약과 처치를 하기 때문에 오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향후 모든 개개인에게 지급될 스마트 카드는 e-헬스 리코딩(Recording)을 위한 평생건강정보 저장 열쇠의 역할을 하게 된다. 신생아의 BCG 접종부터 시작해서 개인의 평생 건강정보가 이 하나의 카드를 중심으로 업데이트된다. 또 스마트카드를 위치안내 시스템에 갖다 대면 당일 진료과 접수가 완료돼 기존의 복잡한 행정절차가 생략된다. 물론 이같은 유비쿼터스 병원 시스템은 아직 완벽하게 구현된 상태는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각 병원별로 이미 도입됐거나 도입되고 있는 각종 유비쿼터스 병원 사례를 통해 향후 의료계의 변화상을 미리 그려본다. 연대 세브란스병원은 병원 스마트 카드를 소지한 고객이 주차장 입구를 통과할 때 고객 정보를 감지해 주차 시간을 입력하고 동시에 등원체크를 함으로써 고객의 진료 대기시간을 줄여주고 있다. 의료진은 무선랜 환경에서 EMR 등을 통해 진료정보를 관리하며 환자는 스마트카드와 무인안내 시스템으로 진료, 접수, 예약, 처방전 발급, 수납 등을 해결할 수 있다. 전남 영광에 위치한 영광종합병원은 지방 농촌병원으로는 드물게 EMR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무선 환경으로 EMR 시스템을 운영중인 이 병원은 각 층마다 네트워크 액세스 포인트(AP)를 설치했고 태블릿PC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원하는 진료 기록을 마치 과거 종이 차트에다 쓰듯 편리하게 입력하거나 조회할 수 있다. 가정간호(방문간호)사업소에서는 태블릿PC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EMR 서버에 접속, 방문한 환자의 가정에서 실시간으로 각종 검사 결과를 검색하고 차트를 작성하는 것도 이색적인 풍경이다. 대구의료원 건강검진센터에서는 언제 자신의 이름이 불릴 지 몰라 마냥 기다리는 환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검진자들에게 각각 RFID(전자태그) 단말을 제공해 언제 진료를 받을 지 통보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단말에는 라디오 기능도 있어 지루한 대기시간을 덜어주기도 한다. 인천 길병원은 진료, 예약 접수, 입퇴원 수속 등 각종 의료 서비스와 행정 업무에서부터 병원 경영 업무 전반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절차가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통합, 처리되는 시스템을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건국대병원은 처방전달 시스템(OCS),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전사적 자원 관리(ERP)시스템 등을 웹 기반으로 개발, 의료진은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접속 경로로 병원의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해놓았다. 이밖에 분당 서울대병원은 환자가 집에서 혈당과 심전도를 측정, 해당 정보를 무선망을 통해 병원으로 전달하는 유비쿼터스 건강관리 시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삼성 서울병원은 전국 어디서나 환자정보를 조회해 신속하게 진단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 이미지까지 조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류현성 기자 rhe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