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바로 옆에 자리잡은 KT 여의도 사옥.20층짜리 이 건물 9층에는 'KT미디어센터'가 있다. 이곳에는 인터넷 기반의 IP-TV 서비스에 필요한 방송 송수신장비가 구비돼 있다. KT는 이 장비를 이용해 콘텐츠 제공자(CP)로부터 받은 프로그램을 인터넷을 통해 송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센터 한쪽에 있는 체험관을 둘러보면 IP-TV가 상용화될 경우 우리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곳은 KT가 '메가TV'라는 브랜드로 IP-TV를 상용화하기 위해 준비한 방송센터이다. 그런데 이 센터는 개점도 못 한 채 휴업 상태다. 지난 9월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끝냈지만 IP-TV를 '부가통신'으로 보는 정보통신부와 '별정방송'으로 보는 방송위원회 간 대립으로 눈치만 보고 있다. 마치 '고속도로를 닦아 놓고 자전거만 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KT뿐이 아니다. 광대역통합망(BcN) 구축을 계기로 IP-TV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도 손발이 묶여 있다. IP-TV는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TV 수상기로 인터넷 게임 채팅 쇼핑 e메일 영상전화 방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양방향 멀티미디어 서비스다. 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바보상자'인 TV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똑똑한 TV'로 거듭나게 된다. 가령 TV를 보다가 친구와 채팅을 할 수도 있고,키보드나 리모컨을 눌러 날씨 교통 등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채널 수는 최대 999개까지 가능하다. IP-TV 서비스를 받으려면 전용 셋톱박스로 TV를 인터넷에 연결해야 한다. IP-TV가 상용화되면 시청자는 정보를 소비도 하고 생산도 하는 '프로슈머(prosumer)'가 된다.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고 자신이 만든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IP-TV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은 T커머스(TV를 이용한 거래)나 T러닝(온라인교육)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KT 미디어본부 유희관 부장은 "IP-TV가 상용화되면 학생들은 집에서 학교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서 "TV를 보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리모컨을 눌러 채팅 창을 띄운 다음 질문도 하고 답변을 들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IP-TV가 휴대폰이나 와이브로,PC,PDA 등을 만나면 강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휴대폰이나 PC에 담긴 사진으로 앨범을 만들고 일정관리 주소록 금전출납부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IP-TV를 매개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영상가족회의를 열 수도 있다. IP-TV가 와이브로와 결합되면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과 비슷한 '모바일TV'가 된다. 또 콘텐츠 산업에 혁명이 일어난다. 채널 수가 많은 IP-TV로 교육 문화 의료 교통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하면 많은 콘텐츠가 필요해진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IP-TV가 도입되면 2012년까지 4만명의 고용창출과 7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에 상용화되면 가입자가 연평균 34.4%씩 늘어 2012년엔 400만명에 달하고 연간 1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장비산업도 호기를 맞게 된다. 중국의 경우 2008년에 IP-TV 가입자가 1600만명,시장이 2조5000억~4조2000억원에 달하고 매년 급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휴맥스 등 셋톱박스 업체들은 새로운 수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미디어 조사기업인 에스엘미디어의 김현종 이사는 "IP-TV 서비스 도입이 늦어지면 그로 인해 연간 1조5000억원 규모의 시장창출 기회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