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주 한 시민단체가 포털들을 상대로 사이버 폭력을 방관한 데 대해 책임을 묻기로 했고 정보통신부는 12일까지 사이버 폭력 실태를 조사했다.사이버 폭력은 지난 1년새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사이버 폭력 뿐이 아니다.인터넷 게시판은 여론을 왜곡시키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게시판을 통해 바이러스를 유포해 해킹하는 사례도 생겨났다.인터넷의 근간은‘자유방임’이라고 주장했던 네티즌들도 우려하기 시작했다. 게시판이 무법천지가 됐다고 한탄하는 네티즌도 적지 않다. ◆사이버 폭력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지난 2분기에 발생한 사이버 폭력은 1923건이었고 폭력사범은 3221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1949명에 비해 63% 늘어났다. 유형별로는 개인정보 침해가 26.8%로 가장 많았고 명예훼손(20.3%),협박·공갈(14.0%),성폭력(13.5%) 등의 순이었다. 사이버 폭력은 지난 7일 '포털 사이트 피해자를 위한 모임'(포피모)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포피모'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포털 업체들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데 일조했다"며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 야후 엠파스 파란 등 국내 6대 포털 사이트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론 왜곡 여론 왜곡은 게시판 댓글,가짜 기사 유포 등의 방법으로 이뤄진다. 이화여대 여성학과 장필화 교수는 최근 군복무 가산점제와 관련된 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여성부 사이트,포털 사이트와 블로그 등에서 대량 발견했다. 그런데 이 기사는 자신과 무관한 가짜 기사였다. 가짜 기사는 장 교수가 '출산 가사 등 여성의 과중한 부담에 비해 남성의 병역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고 편한데 남성들이 왜 군복무에 대해 혜택을 원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나약한 남성들을 믿고 기대온 한국 여성들이 안쓰럽다'고 남성을 비난한 것처럼 꾸며졌다.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가짜 기사를 만들어 인터넷에 유포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일부 열성분자가 필명을 바꿔가며 자신의 주장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는 경우도 많다. 열린우리당 게시판을 장악한 네티즌들을 지칭해'당게낭인'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지난달엔 포털 게시판에 30분 동안 12만건의 댓글이 올라와 사이트가 마비된 적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대다수 네티즌의 생각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저작권 침해 당연하게 여겨졌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불법 콘텐츠 공유도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1월 개정 저작권법이 발효되고 6개월간의 계도 기간이 끝나면서 인터넷을 통한 저작권 침해를 둘러싼 소송 가능성이 커졌고 실제로 지난달부터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저작권보호센터는 지난달 3일엔 소리바다 관리자와 사용자,24일엔 포털 사이트의 카페 운영자와 게시자를 제소하는 등 6월에만 온라인 음악 저작권 침해 248건에 대해 형사 고소했다. 문광부는 특히 카페와 미니홈피 블로그 등의 운영자와 사용자들 가운데 저작권 침해 사례가 가장 많아 이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단속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바이러스 유포 및 해킹 게시판은 바이러스 유포 창구로도 악용된다. 지난달 발생한 인터넷뱅킹 해킹 사건에서는 처음으로 인터넷 게시판이 악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게시판에 '트로이 목마'라는 정보탈취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를 클릭한 네티즌들의 PC에는 자동으로 트로이 목마가 심어졌고 범인은 개인 정보를 알아내 이 정보로 인터넷뱅킹을 해킹,5000만원을 빼내갔다. 이후에도 게시판을 통해 개인의 인터넷뱅킹 정보를 빼내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 1일 발생한 국내 은행 사이트 가장 피싱 사건도 인터넷 게시판을 정보 빼내기 창구로 악용한 사례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클릭만 해도 해킹 프로그램이 설치되거나 트로이 목마가 심어져 본인도 모르게 정보를 빼가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피모의 민사 소송을 비롯해 저작권보호센터의 대규모 소송 등은 게시판 문제를 오프라인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개똥녀 사건''연예인 X파일 사건''7악마 사건' 등 심각한 인신공격성 사건이 터졌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