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고있는 휴대용게임기는 저장장치로 하드디스크드라이버(HDD)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도 도시바가 제작한 1.8인치 제품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HDD로는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닐 정도로 게임기를 작게 만들 수 없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기기에 새로운 반도체 시장이 열린다고 줄기차게 주장하는 데는 이같은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낸드 플래시메모리로 HDD를 대체하면 게임기 크기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도 훨씬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아직은 HDD의 장벽이 높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황창규 반도체 총괄사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플래시메모리를 앞세운 '반도체 솔루션'이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주름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장담했다. 그는 "모바일 기기의 반도체 수요는 3년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수요처가 생겨날 정도"라고 설명했다. ◆PC vs 모바일 전체 반도체 수요에서 PC가 차지해온 비중은 지난 10여년간 평균 28%였다. 하지만 지난해 휴대폰 PDA 등의 모바일 기기 비중이 28%로 올라서면서 26%에 그친 PC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오는 2008년엔 모바일 기기가 35%에 이르고 PC의 비중은 20%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업계는 점치고 있다. 이같은 반도체의 주력 수요시장 변화는 '디지털 컨버전스(디지털 기술로 인한 전자제품의 융·복합화)'를 지나 '모바일 컨버전스(휴대용 기기를 중심으로 한 전자제품의 융·복합화)'시대가 본격 도래한데 따른 것이다. 휴대폰 게임기 PDA(개인휴대단말기)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내비게이션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등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기능이 결합된 제품이 쏟아지면서 이들 제품의 성장세가 정체 상태의 PC를 크게 앞서고 있다. ◆삼성전자 vs 인텔 지난 2002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PC 의존 비율은 50%가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오히려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가전이 반도체 사업의 주력으로 떠올랐다. 반면 인텔은 PC 중심의 CPU 사업이 여전히 주력이다. 인텔의 기술력이나 시장 선도력이 아직도 막강한 힘을 갖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모바일 컨버전스 시대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쥘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는 배경이다. 황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 기기용 첨단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반도체 산업의 전환기에 새로운 승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이번 삼성 모바일 솔루션 포럼을 통해 모바일 컨버전스 시대에 맞는 표준화를 모바일 기기 세트업체 및 부품업체들과 함께 주도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모바일 기기를 위한 신기술과 신제품 추세를 공유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매출에서 모바일 기기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30%수준에서 오는 2008년까지 50%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타이베이(대만)=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