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세계에서만 통용되는 사이버머니가 국내에 등장한 것은 1996년."이코인"이란 이름으로 처음 선보인 사이버머니는 당시엔 제한된 특정 사이트에서 몇가지 아이템만 구입할 수 있었던 게 고작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사이버머니는 눈부시게 진화했다. 종류가 다양해졌고 '코인' '머니'라는 딱딱한 이름 대신 화려하고 재미있는 명칭도 많이 등장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도토리',네이버 블로그에서 사용되는 '은화',다음 플래닛의 '별'이 대표적이다. 코리아닷컴의 '클로버'나 MSN의 '씨캐쉬',하나포스닷컴의 '드림캐쉬'도 독특한 이름을 가진 사이버머니다. ◆온라인거래 늘리기 위해 고안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지불하면 되는데 왜 사이버 머니가 생겼을까. 인터넷업계 전문가들은 온라인 거래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이버 머니가 등장했다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하나에 1백원짜리 아이템 10개를 10번에 나눠 사려면 귀찮아서 사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하지만 하나에 1백원인 도토리를 1백개쯤 충전해 놓으면 10개는 금세 쓰게 마련이다. 한꺼번에 충전해서 자주 쓰도록 하려는 아이디어가 사이버 머니를 탄생케 했다는 얘기다. 미니 홈피나 블로그를 모르면 따돌림당하기 십상인 사이버 세계 풍토상 20,30대 젊은이들에겐 사이버 머니가 때로 현금보다 더 소중할 때도 많다. 사이버 머니만 있으면 온라인 세상에선 못할 게 없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하는 사람은 '다음캐시'로 홈페이지인 플래닛에서 옷을 사서 아바타에게 입힐 수 있고 멋진 배경을 꾸밀 수도 있다. 저작권법 개정으로 관심이 높아진 음원 사용도 사이버 머니만 있으면 걱정할 게 없다. 디앤샵에 들어가서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와 같은 값 나가는 상품도 사이버 머니로 살 수 있다. ◆마케팅 수단으로도 각광 기업들도 사이버 머니를 활용하고 있다. 삼성SDS의 사이버 머니 '아르'가 대표적이다. 아르는 삼성SDS 임직원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지식경영시스템 '아리샘'에 올려 공유할 경우 지급되는 사이버 머니다. 삼성SDS 임직원은 아리샘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공유한다. 이 지식은 동료들의 만족도 평가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고 등급에 따라 아르가 산정돼 개개인의 사이버 통장에 적립된다. 아르는 분기별로 현금으로 지급된다. 사이버 머니는 직원 선물용으로도 쓰인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현대백화점과 제휴해 15만원 상당의 인터넷쇼핑몰 사이버 머니를 지급했고 쌍용자동차도 롯데백화점 인터넷쇼핑몰 사이버 머니(10만원)를 지급한 적이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아예 싸이월드의 '도토리'를 상품권('도토리 교환권')으로 만들었다. 오프라인에서 선물로 주고받거나 경품용으로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MSN에서도 사용자들이 선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플러스 상품권'이란 이름의 포인트 상품권을 팔고 있다. 액면가 1천원에서 5만원까지 일곱가지 종류의 상품권이 있는데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금과 거래되는 문제점도 사이버 머니가 오프라인으로 나오면서 부정적인 문제도 생겨나고 있다. 사이버 머니의 일종인 게임 머니에 게이머들이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생긴 문제다. 포커 등 온라인 게임에서 승자는 사이버 머니를 번다. 또 게임용 무기 등 아이템을 사려면 사이버 머니가 필요하다. 사이버 머니 없이는 온라인 게임에 참여하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많은 사람이 사이버 머니를 오프라인에서 싼 값에 팔기도 한다. 돈을 받고 선물 형식으로 보내면 그만이다. 사이버 머니로만 살 수 있는 아이템이 오프라인에서 고가에 팔리는 것은 이제 흔한 얘기가 돼 버렸다. 게임업계에서는 게임 머니가 하루 5백억원어치나 거래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1%만 오프라인에서 현금으로 거래된다고 해도 연간으로 따지면 2천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젊은이들은 사이버 머니를 오프라인의 돈처럼 생각한다"며 "사이버머니 사용이 늘수록 오프라인 사용을 규제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