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에는 모처럼 장인 장모님 모시고 일본 온천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구로카와라는 조그마한 온천마을이었어요. 80대 중반이신 장인 장모님을 또 언제 모실 수 있을지…."(2월11일)


"주말에 어머님을 뵙고 왔습니다. 오늘은 다른 때보다 식사도 더욱 잘 하시고 정정해 보이시니 참 기분이 좋습니다. 1백세가 넘으신 연세에 아직도 정정하시니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12월13일)


"더 이상 안정적인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가 되지 않겠습니다. 지금까지 지속해온 KT의 안정 기조 원칙을 버리고 새로운 벤처기업처럼 새로운 시장 개척에 과감하게 나설 것입니다."(12월28일)


1백세를 넘긴 노모와 90세를 앞둔 장인 장모에 대한 효심이 가득하면서도 회사를 개혁하려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그대로 묻어 있는 이 인용문은 이용경 KT 사장의 블로그(blog.paran.com/lyk)에서 퍼온 글이다.


환갑을 넘긴 아들이자 사위인 이 사장의 애틋한 마음과 KT의 무한 변화를 강조하는 CEO의 경영철학이 분명하게 배어 있다.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개인사가 담긴 홈페이지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기업 CEO와 그룹 총수의 홈피경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생활 노출과 네티즌의 지나친 반응을 우려해 블로그와 미니홈피 운영에 소극적이던 자세에서 벗어나 CEO로서의 철학과 생활을 과감하게 공개,경영에 접목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 덕분에 요즘은 CEO의 개인 홈페이지가 블로그 형태로 진화하고,젊은이들의 놀이터로 지칭되는 미니홈피 '싸이질'에 기꺼이 동참하는 CEO도 늘고 있다.


자신의 유년기와 가족사,취미생활 등 개인적인 얘기에다 자사 상품 홍보와 예비소비자 만들기 등의 마케팅 활동을 살짝 끼워 넣기도 한다.


홈피경영에 가장 적극적인 분야는 정보기술(IT)업계.이용경 사장 외에 LG전자 김쌍수 부회장,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이윤우 삼성전자 기술총괄 부회장,남중수 KTF 사장,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 등은 일찌감치 사이버 경영에 나선 선구자로 통한다.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싸이월드에 미니홈피(www.cyworld.com/nateplus)를 운영,직원은 물론 소비자들과의 대화를 즐긴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직접 운영하는 히트작 '싸이월드'와 차기 히트작을 꿈꾸고 있는 '통'을 은근히 홍보하는 글이 적지 않지만 CEO다운 마케팅으로 웃어넘길 만하다.


시험 삼아 유 사장에게 기자가 '1촌맺기'를 신청했더니 즉각 '동의' 메일이 와 깜짝 놀라기도 했다.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은 홈페이지(www.chojungnam.pe.kr)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는 피천득의 수필 '오월' 중 한 대목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가 그것.환갑을 지난 자신을 되돌아보면서도 젊음을 잃지 않으려는 왕성한 의욕이 묻어난다.


남중수 KTF 사장은 개인 홈페이지(www.jsnam.pe.kr)를 통해 경영철학을 꾸준히 전하고 있다.


스스로를 일컬어 '대한민국 최초의 CSO(Customer Satisfaction Officer)라고 소개하고 있을 정도로 고객만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놨다.


IT업계 CEO 외에 그룹 총수들의 홈피 기지개도 점차 눈에 띄고 있다.


현대는 최근 4년 만에 그룹 홈페이지를 다시 열었다.


계열 분리 과정에서 자취를 감췄던 현정은 회장의 개인사와 정몽헌 회장 추모 사이트 등을 새롭게 담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별도로 홈피(www.bonmookoo.pe.kr)를 운영한다.


요즘 새 글이 많이 올라오는 편이다.


신년사와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CES(세계가전전시회)' 참관,미주지역 사업 점검 등에 관한 일정을 담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개인 홈페이지(www.taewonchey.pe.kr)는 다른 그룹 총수들과 달리 개인사까지 소개하고 있다.


가족 사진과 테니스 바둑 영화감상을 즐기는 인간적인 모습이 담겨 있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의 홈페이지에는 '탁구공 경영 얘기'가 소개돼 있다.


2.7g에 불과한 탁구공이지만 선수들은 혼신을 다해 몸을 날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경영 얘기로 회사 일에도 온 마음을 다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사람의 마음을 무성(無聲)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는 사이버시대에 홈피경영은 필수라는 것이 '온라인 취재'의 결론이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