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연예인 100여명의 평가를 담은 이른바 `연예인 X-파일'이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 유포되면서 사이버 문화를 주도하는 네티즌의도의적, 법적 책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인터넷 공간에서 퍼나르고 근거없이 내뱉은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악영향을끼치는지는 염두에 두지 않고 정보 교환의 자유만을 내세우는 일부 네티즌들에 대한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은 역사상 어떤 통신수단보다 정보를 무한복제하거나 기하급수적으로 전파할 수 있어 자칫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회복불능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만큼인터넷 사용자가 문화적 소양과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몸만 갑자기 커진 어린아이' = 국내 인터넷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1990년대 말부터 값싼 요금으로 급격히 보급되기 시작한 인터넷은 오락은 물론경제생활, 업무, 개인 의사소통, 정보획득 등 이제 우리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급성장의 신화 뒤에는 그늘도 만만찮게 드리워졌다. 인터넷을 이용하는네티즌의 문화적인 수준이 동반 성장하지 못해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연예인 X-파일 파동에서 처럼 당사자에게 변론이나 해명의 기회를 주지않은 채 `악성 소문'이 인터넷 공간에서 무차별로 전파되면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굳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카더라'식의 소문이 사이버 공간에서 `입'을 타면서 확대 재생산되고 `활자의신뢰성'과 남이 모르는 정보가 있을 경우 본능적으로 생기는 `과시욕'이 더해지면서급속히 전파돼 `사실'로 인식되는 것.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의 어기준 소장은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국민 전체가 문화의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며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생산자로서 갖춰야 할 소양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어 소장은 "문화의 생산자는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고 정보를 판별하는 능력을갖춰야 한다"며 "이같은 생산자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한다면 이번 파문과 같은 일이언제라도 재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제2의 `O양 사건'..네티즌 책임론 부각 = 연예인 X-파일에 담긴 내용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기인했고 절대 보호돼야 할 사생활 영역의 근거없는 괴소문까지담고 있다는 데 심각성을 더한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의한 사생활 침해와 당사자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의 `프로세스'가 수년전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O양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는 시각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무책임한 정보교환과 자료유포의 폐혜를 경험했음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빠르고 광범위하게 인터넷의 부작용이 진행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김영홍 국장은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사생활은 반드시보호돼야 한다"며 "내 사생활이 인터넷에서 공개된다고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면 무책임하게 남의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만들어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강제로 차단하거나 개인의 금욕적 도덕률에 호소하는 방법은 통하지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의 어기준 소장은 "네티즌이 자신의 무책임한 행위때문에어떤 법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지 홍보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며 "엄정한 법 적용이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는 "문제의 자료를 재미삼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객관화해서 이를 사실로 인식하는 네티즌의 태도는 해당 연예인을 `죽이는'공범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법적 책임은 더 따져봐야겠지만 이를 유포한 네티즌이 도의적인 책임은 면하지 못할 것"이라며 "해킹 등을 통한 정보유출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보호해야할 내부 자료 유출을 막고 관리하는 보안의식도 높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인터넷 통한 허위사실 유포 처벌강화 움직임'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열린우리당 이은영(李銀榮) 의원은 20일 연예인 신상문건 유출사건처럼 인터넷상에서 개인신상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유포할 경우 최고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는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제정안을 조만간 정보통신부와 행정자치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인터넷상에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 광고성스팸메일을 보내는 사업자나 개인정보나 관련 파일을 인터넷상에서 퍼나르는 네티즌등은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이 의원은 "연예인 문건 유출사건은 우리 사회가 사생활침해 등 정보인권에 얼마나 무감각했는지를 일깨워줬다"며 "장기적으로 미국에서처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