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3:17
수정2006.04.02 13:22
지난 98년 17세의 나이로 멀티미디어 제작용 소프트웨어(S/W)인 `칵테일97'을 개발해 벤처신화를 일으켰던 이상협(23)씨.
그는 이듬해 7개 국어로 번역된 `칵테일98 인터내셔널 버전'을 개발, 국산 소프트웨어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 수출해 화제를 모았다.
한때 동시 접속자 수가 33만명에 이를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넥슨의온라인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개발한 박종흠(27)씨.
1일 접속자 수 100만명을 넘으면서 지난달 마지막 주 PC방 점유율 10.02%로 `리니지'를 추월한 넥슨의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를 개발한 서재우(24)씨. 지난 96년 팩스민원제도 관리시스템을 개발, 민원인이 가까운 행정기관에서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획기적인 변화를 만든 청도군청 공무원 박후상(38)씨.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제15회 국제정보올림피아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여환승(19)군과 국제대학생프로그래밍대회 아시아 예선 1위와 본선 21위를 차지했던 정성훈(25)씨. 지난 97년 한국정보올림피아드 초등부 대상을 수상하고 정보처리 2급 기능사 최연소 자격보유자로 기네스북에 오른 조규일(19)군.
소프트웨어 업계뿐만 아니라 웬만한 PC 사용자라면 알고 있을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이들의 공통점은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대구의 한 컴퓨터학원에서 `알고리듬(algorithm)' 능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일정한 규칙대로 시행되는 지시표'를 뜻하는 알고리듬은 각종 과제에 대한 최적화된 해결방법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핵심요소다.
그러나 국내 정규 교육과정에는 알고리듬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이나 제대로 된커리큘럼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때문에 치열하게 벌어지는 국제적인 소프트웨어 개발경쟁에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이 뒤처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컴퓨터학원에서도 수강생을 쉽게 모을 수 있는 PC 활용교육만 할 뿐 `돈 안되는' 알고리듬 강좌는 외면하는 것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더욱이 `복잡하고 머리 아픈' 알고리듬 교육을 받으려는 희망자도 많지 않아 머지않아 고급 프로그래머 부족에 따른 소프트웨어 산업의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알고리듬 온라인 교육 벤처기업인 ㈜지주소프트가 대구상공회의소의 교육비 지원을 받아 경북대 전산센터와 공동으로 연말까지 2개월 과정의 온라인 강좌를 개설중이지만 정작 수강생 수는 10여명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본인 알고리듬 교육에 대해 교육당국이 특별한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구체적인 제안이 제기되고 있다.
지주소프트 조영환 대표는 최근 ▲각급 학교의 알고리듬 교육 필수화 ▲청년 취업희망자의 튜터 채용 및 지속적인 육성 ▲전문 실무 알고리듬 교육 이수자의 취업및 창업 장려 등을 내용으로 한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정책 제안서'를 국무조정실에제출했다.
또 알고리듬 교육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내년 2월말까지 온라인 자율학습 방식의 무료체험 이벤트를 마련해 시.도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했다.
조 대표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되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선진국의 하청국가 조차 되지 못하고 정보기술(IT)산업의 다른 축인 하드웨어 산업의 발전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대구=연합뉴스) 이재혁 기자 yi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