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한류(韓流)' 열풍은 동남아도 예외가 아니다.


만리장성을 뛰어넘은 한국산 온라인게임은 대만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온라인게임 시장인 대만은 한국 온라인게임의 독무대다.


지금까지 대만에 소개된 1백4개 온라인게임중 90%가 한국산 게임이다.


웹젠이 개발한 온라인게임 '뮤'의 대만 서비스 업체인 인스리아의 이지건 사장은 "대만 등 동남아 게이머들에게 '온라인게임=한국'이란 인식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게임업체들의 대다수가 중국과 대만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중화권 시장을 전략적으로 접근해 시장선점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잠재력 큰 유망시장


지난 2000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를 계기로 온라인게임 시장이 급팽창한 대만은 온라인게임의 천국이다.


인구가 2천2백만명에 불과한데도 온라인게임 이용자는 2백66만명에 이른다.


PC방은 3천개에 달하고 초고속인터넷 보급가구는 전체 가구의 35%에 이를 정도로 온라인게임 인프라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대만 온라인게임 시장은 한국 게임 일색이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고우쩡멍 사장은 "리니지 리니지Ⅱ 뮤 라그나로크 씰온라인 등 한국 온라인 게임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PC방을 둘러보면 대다수 게이머들이 한국산 게임에 푹 빠져 있다.


'리니지Ⅱ' 맹주가 된 왕짜쌍씨는 "온라인 게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빠져들게 하는 흡인력이 있다"며 "일반 PC 게임과는 달리 승부욕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만 게임시장은 극심한 과열경쟁과 정부 규제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대형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리아원씨는 "아이템 현금거래 과정에서 사회 범죄가 빈발하자 정부의 PC방 규제가 강화됐다"며 "상당수 PC방이 문을 닫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엔씨타이완의 김정환 지사장은 "40여개에 달하는 게임 서비스 업체들이 난립해 시장이 갈수록 혼탁해지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인터넷 사용자 중 온라인게임 이용자는 23%로 한국(50%)보다 현저히 낮아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낙관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의 온라인게임 시장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인터넷 인프라가 미흡한 탓에 이곳에 진출한 국산 온라인게임은 12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라그나로크 뮤 등이 인기를 얻으며 게임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태국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온라인 게임 이용자는 2백50만명 안팎으로 1년새 2배 가량 늘었다.


PC방은 8천개에 이른다.


초고속인터넷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온라인 게임 인구도 각각 1백20만명과 1백50만명에 달한다.



◆ 조급증부터 버려야


인스리아의 이지건 사장은 "수출 계약금 챙기는데 혈안이고 현지화 노력은 뒷전"이라고 한국 게임업체들을 혹평했다.


그는 "대만 게임업체들이 한국 온라인 게임에 목을 매달고 있는데도 정작 한국업체에 대한 평은 나쁘기 이를데 없다"고 전했다.


툭 하면 본사의 담당자가 바뀌고 현지 게이머들의 바람을 게임에 반영해 달라는 요청이 무시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바로 코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한국 게임업체들의 조급증 탓이다.


잠재력을 갖춘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정작 장기적인 시장접근 전략을 펴는 업체를 찾기는 쉽지 않다.


중앙대의 위정현 교수는 "대다수 국내 게임업체들은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탓에 수출 게임에 대한 사후관리가 허술한 편"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제품 경쟁력마저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씨타이완의 김 지사장은 "동남아 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타이베이=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