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영어교육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시장 규모는 200억원 정도에 머물렀지만 2~3년 안에 1,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오프라인 학원의 단점인 시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데다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확산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됐고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육투자를 아끼지 않는 국민 정서에 따라 유료화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도 시장성숙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0년 영어교육 전문업체인 YBM시사로부터 분사한 YBM시사닷컴(대표 정영삼ㆍ이하 YBM)은 온라인 영어교육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온라인 순위사이트인 랭키닷컴의 집계에 따르면 전체시장의 65%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시장점유율이 10%를 밑도는 2위 업체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매출과 순이익의 신장률도 눈부시다. 창업 당시인 2000년에는 매출 9억원에 2억4,000만원의 적자를 냈지만 2001년에 매출 45억원 순이익 6억8,000만원, 지난해 127억원 매출에 2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는 210억원 매출에 6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바라보고 있다. 6명에 불과했던 직원도 이제는 150명 이상이 됐다. 유료수강생 매월 3만명 YBM의 고속성장에는 무엇보다 모기업 YBM시사의 역할이 컸다. 우선 풍부하고 검증된 콘텐츠의 개발에서 YBM시사가 40여년간 오프라인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이용할 수 있었다. 콘텐츠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교육방법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모기업의 높은 인지도도 큰 몫을 했다. 영어교육에 관한 한 고객들의 신뢰성이 높아 유료콘텐츠 이용에 대한 저항을 줄일 수 있었던 것. 또 우수한 강사를 유치하는 데도 유리했다. 모기업의 도움이 컸다고는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오프라인사업과 온라인사업은 엄연히 다른 사업인 만큼 온라인에 적합한 상품개발과 마케팅은 전적으로 YBM의 몫이기 때문이다. YBM의 강점은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다양한 학습콘텐츠에 있다. 이 회사의 주 수입원인 동영상 강의를 비롯, 클레이 애니메이션 강의, 무료 e메일 서비스, 발음교정이 가능한 쌍방향 영어회화 강좌, 학생 개개인의 약점을 보강해주는 일대일 맞춤 토익 등 인터넷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2년이 지난 강좌는 폐기하고 매월 2~3개 강좌를 꾸준히 신설하는 등 콘텐츠의 업그레이드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개설된 동영상 강좌는 90여개로 매월 약 3만명의 수강생이 이용하고 있다. "동영상 강좌 개설에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습니다. 텍스트만 보여주면 되지 굳이 동영상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반응도 좋고 만들다 보니 아주 매력적인 콘텐츠로 인식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사내에 스튜디오를 마련해 놓고 자체 제작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 개발의 일등공신은 YBM의 수평적 조직체계다. 이 회사에는 20여개의 팀이 운영되고 있다. 특이한 것은 팀장 위 상사가 사장이라는 점이다. 팀장과 사장 사이에 이사 1명이 있을 뿐이다. 사장과 팀장이 직통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 의사결정이 빠르고 경영자는 현장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다. 인터넷사업의 특징인 순발력 있는 상품기획과 서비스 런칭에 알맞다는 것이 회사측의 평가다. 정사장은 "인터넷에 익숙해서인지 젊은 직원들은 제가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습니다.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고 위험요소가 크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수용하려고 합니다"고 말했다. 회사경영의 90%는 팀장들이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보기술 접목한 콘텐츠업체 지향 YBM의 수익은 주로 교육사업과 외국어시험 지원 대행사업에서 발생한다. 전체매출의 약 85%가 이 사업들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외국어 역량을 이용한 사업다각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해외 콘텐츠와 수출품 매뉴얼의 현지화 서비스 사업과 게임 퍼블리싱 사업이 대표적이다. 현지화 사업은 수입 소프트웨어의 매뉴얼을 우리말로, 수출품의 매뉴얼을 해당국의 언어로 번역해주는 일종의 번역사업이다.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윈도XP'를 번역하면서 시작했다. MS의 MOUS 시험 지원 대행을 하면서 우연히 진출했지만 현재는 MS의 소프트웨어 70% 가량을 현지화하고 있을 정도로 역량이 높아졌다. 최근에는 안철수연구소의 수출용 소프트웨어와 삼성전자의 한 가전제품 매뉴얼을 현지화하는 등 국내 업체와의 교류도 증가하고 있다. 정사장은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외국에서 현지화 서비스는 이미 자리를 잡은 지 오래"라며 "수출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현지화작업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머지않아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퍼블리싱은 MS에 현지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진출한 사업이다. MS의 게임 현지화를 담당하던 한 직원이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제안했던 것. 마침 한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찾아가 계약을 제의했다. MS의 현지화 서비스 경험이 일본업체들을 설득하는 데 주효했다. 프롬사의 '아모드 코아3'을 시작으로 '무라쿠모', '오토기', '버추얼 파이터4 에볼루션' 등을 출시하고 있다. 유소년층 사이에서 YBM은 게임전문회사로 알려졌을 정도로 인지도도 높아졌다는 것이 회사측의 자랑 아닌 자랑이다. "현재는 콘솔게임 퍼블리싱만 하고 있지만 인터넷게임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일본업체들의 콘텐츠와 YBM의 인터넷 기술이 결합하는 형식이지요. 국내의 온라인게임산업이 워낙 막강해 일본업체들이 주저하고 있지만 콘솔게임의 장점을 살리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객층을 성인 중심에서 어린이, 중고생 등 전 연령층으로 확대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영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YBM키즈닷컴'과 특수목적고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YBM TMK'가 그 시작이다. 특히 YBM키즈닷컴은 학생, 교사, 학부모를 위한 콘텐츠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YBM의 미래를 묻자 정사장은 주저 없이 '정보기술과 결합한 콘텐츠업체'라는 비전을 내놓았다. 휴대전화, 인터넷, MP3플레이어, PDA 등 다양한 정보화기기와 결합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다. 비록 바로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과감한 선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SK텔레콤과 KTF에 모바일용 콘텐츠를, 아이리버와 거원시스템에 MP3플레이어용 콘텐츠를, 한미르 드림위즈 등 포털에 외국어사전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사장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YBM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YBM은 현재 코스닥 등록을 위한 예비심사를 받고 있으며 12월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