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총에서 뉴브리지-AIG컨소시엄에 고배를 든 이후 잠잠하던 LG가 13일 하나로통신 지분을전량 매각하겠다고 공시함에 따라 향후 LG의 통신전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하나로통신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통신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라고까지 언급했던 LG가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시대조류에 맞춰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이를 철회한 뒤 처음으로 나온 조치이기 때문이다. LG도 공시 이유에 대해 하나로통신을 중심으로 추진하려던 통신사업 정책을 수정하게 됐고 이에 따라 그동안 전략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하나로통신 주식을 보유할필요가 없어짐에 따라 이번에 매각키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는 또 향후 하나로통신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파워콤의 HFC(광동축혼합)망을 활용한 SO(유선방송사업자)와의 사업모델 및 유ㆍ무선 통합, 방송ㆍ통신 융합서비스 사업 전개등 데이콤과 파워콤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포화상태에 들어서고 있으며 KT와 하나로통신이 절대 우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LG 통신계열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파이'를 키워갈 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쾌한 방법 제시가 없는 상태다. LG 정홍식 통신부문 사장은 이와 관련, "그동안 데이콤이 하나로통신과의 제휴를 고려해 가정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자제하고 기업 중심의 서비스에만 주력해왔으나 이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일단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중심으로 통신사업 전략을 펼쳐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정 사장은 또 "우리가 그동안 간과했으나 무선의 LG텔레콤, 유선의 데이콤, 망인프라를 갖춘 데이콤 등 `쓰리콤'을 중심으로 통신3강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시내전화망은 이미 공동활용 방안이 제시된데다 내년에 당장 VoIP(인터넷전화)가 실용화되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아직 하나로통신의 가입자 기반에 대해서는 미련이 남아있지만 LG의 통신계열사들도 잘 다듬으면 시내전화망 유무와 관계없이 유.무선통합시대에서 하나의 좋은 작품을 만들수 있다는 것이 LG의 판단이다. 정 사장이 "하나로통신과는 제휴와 경쟁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하나로통신 주식을 팔고 아니라면 보유하고 있게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통신시장에서 점차 유.무선이 통합된 결합상품이 출시되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을 고려할 때 하나로통신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될 수 있으면 이른바 쓰리콤의 연합을 통해 통신시장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두루넷 매각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통신그룹으로서 LG의 영토를 지속적으로 넓힐 수 있도록 이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자는 것도 하나로통신 주식 매각에따른 실익으로 LG는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G가 데이콤과 파워콤을 중심으로 어떻게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통신업계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있는 상태이다. (서울=연합뉴스) 류현성 기자 rhe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