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지각변동이 일 것인가,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인가. 내년 초 이동통신 전화번호이동성제도의 도입을 앞두고 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내년 1월1일부터 SK텔레콤 고객이 이동전화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통화료가 싼 KTF나 LG텔레콤으로 가입회사를 옮길 수 있게 된다. LG텔레콤과 KTF는 이번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총력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SK텔레콤도 수성을 위해 준비된 '실탄'을 쏟아부을 태세다. ◆불붙은 마케팅 전쟁=요즘 SK텔레콤 대리점에 가면 25만원이면 최신 휴대폰으로 가입할 수 있다. 기존 가입자는 보상판매 혜택을 받아 더 싼값에 새 휴대폰을 바꿀 수 있다. SK텔레콤이 이같은 행사를 벌이고 있는 것은 번호이동성제도 도입에 따른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SK텔레콤 고객을 한 사람이라도 끌어들여야 할 처지인 KTF와 LG텔레콤은 이같은 판촉행사의 위법사례를 통신위에 제소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KTF와 LG텔레콤 역시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한 혐의로 조사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이통3사의 이같은 난타전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KTF는 SK텔레콤의 고객을 적어도 1백80만명 빼앗아오겠다고 벼르고 있고 LG텔레콤도 2백만명의 가입자를 늘리는 목표로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 회사는 전 직원을 동원해 SK텔레콤의 고객DB를 확보해두고 내년 1월1일부터 대대적인 텔레마케팅에 돌입할 준비를 마쳤다. 후발사업자들은 SK텔레콤을 겨냥한 광고전에도 집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TF는 '011친구야,너를 KTF에 추천한다'는 신문광고로 SK텔레콤 가입자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다. LG텔레콤은 SK측이 최근 고객들에게 LG텔레콤의 요금이 더 비싸다는 전단을 돌린데 대해 "SK텔레콤은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비신사적 행동을 하지말라"는 광고로 직격탄을 날렸다. LG측은 "SK텔레콤이 비신사적인 마케팅을 계속한다면 제2,제3의 광고전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는 당분간 통화품질과 우수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쪽에 비중을 둔다는 전략이다. 이통3사들은 이같은 마케팅전에 대비,4·4분기 마케팅 비용을 늘려잡았다. KTF는 2백억원,LG텔레콤은 1백5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각각 늘려 집행키로 했다. SK텔레콤은 후발2사의 마케팅비용을 합친 액수의 두배 가까운 4천8백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대반격을 펼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가격경쟁 벌어질까=3사간 고객유치전의 하이라이트는 요금인하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객을 흡인할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요금이기 때문이다. LG텔레콤은 12월 중 CID(발신자표시서비스)요금을 인하하면서 가격체제를 재조정할 예정이다. KTF는 공식적으론 부인하지만 요금 및 가입비 인하를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후발사업자의 수익성이 떨어져 요금을 인하할 수 있는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의 표문수 사장은 최근 "번호이동성제도의 도입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더라도 요금은 내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소폭의 인하는 있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가입자 쟁탈전이 격화될 경우 언제든지 요금인하 경쟁이 불붙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