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표준설정.구매 등을 통해 시장에 직접개입하는 기존 IT산업정책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므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보통신부 주최로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IT신성장동력 9대품목 추진전략 공청회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오명(吳明) 아주대 총장은 "최근 시장환경의급격한 변화로 기존의 IT 육성정책이 효과가 불투명하거나 시행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IT산업정책 기조의 전환 필요성을 제기했다. 오 총장은 "미국 등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는 '따라잡기(Catch-up)' 전략은 한국의 통신인프라가 세계 최고수준으로 발전하면서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TDX(전전자교환기) 보급당시와 같은 정부 구매주도형 산업정책도 KT의 민영화와 무역분쟁 소지등으로 인해 한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오 총장은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과 같은 정부주도 표준설정 전략도 WTO출범에 따른 세계적 차원의 표준 확대로 인해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제 정부가 자원배분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시장기능의 활성화를 통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IT정책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오 총장은 "이를 위해 정부가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해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신성장 동력의 비전을 제시하며 국제적 IT 허브를 지향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며"일본의 경우 강력한 전자산업 기반 등에도 불구하고 독자기술 등 폐쇄적 정책을 추구한 결과 IT강국으로 부상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IBM의 CTO(최고기술경영자)인 마이클 캐러식(Dr. MIchael Karasick) 박사는 기조연설에서 "유비쿼터스(ubiquitous) 기술의 급격한 확산으로 인해 오는 2005년이면세계 인구 1인당 2개꼴의 유비쿼터스 기기를 갖게 될 것"이라며 "냉장고가 인터넷으로 슈퍼마켓과 연결되면서 '스마트 쇼핑(Smart Shopping)'과 같은 새로운 사업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캐러식 박사는 "중국이 전 세계의 제조공장을 갖는 나라가 되고 있는데다 유비쿼터스화(化)의 진전으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지난 10년간한국 IT산업의 발전은 D램이나 CDMA 등 하드웨어 분야가 중심이었으나 여기서 한 단계 올라가려면 소프트웨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국내 산.학.연 전문가들과 외국 IT기업대표 등 600여명이 참석해 지능형 서비스 로봇과 홈네트워크, 차세대PC 분야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으며공청회는 29일까지 계속된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