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법 음란 콘텐츠가 `e당나귀(eDonkey)'를타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기하급수적으로 퍼져나가고 있으나 단속기법이 PC통신 시대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사기관은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다. 최근 사이버 세계에서는 수백만~수천만명이 상대방 PC에 담긴 각종 파일을 검색해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P2P(peer to peer) 파일공유 프로그램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불법 음란 콘텐츠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수사기관의 음란물 단속 방식은 인터넷 카페의 자료실과 게시판이나 월드와이드웹(www) 기반의 와레즈 사이트 등을 뒤지는데 그쳐 `PC통신 시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1일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네티즌들 사이에 P2P파일 공유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 최근에는 네티즌의 절반 이상이 이런방식으로 각종 파일을 내려받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이 불법복제 프로그램, MP3 파일, 음란 동영상 등이다. 특히 초고속인터넷이 세계에서 가장 널리 보급된 우리나라의 경우 P2P 파일 공유에 따른 인터넷 트래픽은 이미 일반 월드와이드웹(www) 웹사이트 관련 트래픽의갑절을 훨씬 넘어섰다. 국내 최대 초고속인터넷업체 KT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간 외국과의국제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e당나귀, 냅스터, 소리바다 등 P2P 프로그램 사용량이전체의 37.3%를 차지했으며 일반 월드와이드웹(www) 관련 트래픽 비율은 14.2%에 불과했다. 또 일본 등 주변국가에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게임 주인공이 온갖 변태적성행위와 강간을 일삼는 일본 패륜게임과 외국 포르노 등 해외 음란 콘텐츠가 국내에 전파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일본의 가구별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2001년 말에는 8% 수준이었으나 지난해말 16.6%, 올해 3월 17.2% 등으로 급속히 높아지고 있으며 P2P 파일공유 프로그램의사용도 이와 함께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의 검색창에 각종 음란물 관련 키워드를 쳐 넣으면 전세계에 퍼져있는 엄청난 수의 P2P 프로그램용 서버를 통해 수백만명의 PC에 있는 해당파일을 순식간에 찾아주기 때문에 원하는 파일을 매우 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어떤 파일이 일단 전파되기 시작하면 파일을 받은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에게 이를 퍼뜨리는 방식으로 기하급수적으로 퍼져나가게 돼있어 전파력도 엄청나다. 전세계에 1천가지가 넘는 P2P 파일공유 프로그램이 개발돼 있으나 이중 가장 인기있는 것은 `당나귀'로 널리 알려진 `e당나귀(eDonkey)'이며 이와 호환되는 `노새(eMule)'나 `미디어뱀프(MediaVAMP)'도 널리 쓰이고 이외에 카자(KaZaa), 아이메시(iMesh) 등도 사용자가 많다. 특히 `당나귀'의 경우 호환 프로그램 사용자들이 전세계에 워낙 널리 퍼져있어`못 구하는 프로그램이나 동영상이 없다'는 입소문을 타고 지난해부터 국내에 급격히 확산됐다. `당나귀'라는 단어는 검색 포털 엠파스(www.empas.com)에서 `로또'에 이어 올해상반기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인기 검색어 2위를 차지했으며 다음(www.daum.net) 등 인터넷 카페에는 당나귀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상세히 설명돼 있는 게시판이 수백~수천개에 이를 정도다. 심지어 모 유력 인터넷신문이 운영하는 성인사이트에는 `당나귀 타고 공짜 포르노 구하기'라는 노골적인 제목의 기사까지 올라 있다. 문제는 이런 P2P 프로그램을 통한 음란물 유포의 경우 중앙서버에 흔적이 남지않아 수사기관이 이를 단속하거나 처벌할 방법이나 근거가 사실상 전혀 없다는 점이다. 경찰이나 검찰은 매년 음란물사범 단속을 벌이고 있으나 주로 음란물이 담긴 CD를 복제해 택배 등으로 배달하는 통신판매나 불법 콘텐츠를 올려놓는 와레즈사이트등 `구식수법' 위주로 적발건수를 올리는 데 급급해 개인과 개인 사이의 파일공유를통한 음란물 확산과 이로 인한 사회문제에는 거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