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속에서도 토종 전사적자원관리(ERP)업체들의 1·4분기 영업실적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중소기업 IT(정보기술)화 사업' 조기추진으로 이 기간중 ERP 수요가 늘어난데다 토종업체들이 업종별 특화전략을 쓰면서 특정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오라클 SAP코리아 등 다국적 기업들과 입찰 경쟁에서 대규모 사업을 따내는 사례가 눈에 띄고 있다. ◆중소 토종업체들의 활약=영림원소프트랩은 제약업체 ERP 개발에 주력해온 결과 1·4분기 매출이 지난해 전체 매출의 절반선인 40억원에 이르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 2월 SKC&C와 공동으로 광동제약 ERP시스템 구축사업을 수주했다"며 "자체 개발한 제품으로 다국적 기업들과 수주전을 벌여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영림원은 "현재 2∼3개 제약업체와 수주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소프트파워도 1·4분기 매출이 6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의 37% 수준을 나타냈다. 이 회사 우광식 상무는 "올해부터 대기업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며 "B정보통신 D전선 등의 대기업으로부터 좋은 수주실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코인텍은 20억원의 매출을 올려 목표치의 91%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코인텍 관계자는 "외산업체와 경쟁해 10억원 규모의 넥센타이어 ERP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결실을 맺었다"며 "확장형 ERP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50여개 국내 IT기업과 연합전선을 구축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뉴소프트기술은 중소기업 IT지원사업을 공략해 지난 4월까지 작년 전체 실적의 87%에 이르는 1백4억원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KAT시스템도 작년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52억원의 매출실적을 나타냈다. ◆2·4분기 전망은 불투명=통상 IT업계는 1·4분기의 경우 비수기로 여기고 있다. 올해는 중소기업 IT화 사업이라는 호재를 만나 비교적 좋은 실적을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2·4분기들어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지원사업이 끝나고보니 신규 시장을 개척할 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외산업체와 국내 대형 SI업체들이 그동안 소홀히 했던 중견·중소기업형 ERP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지원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중견기업을 상대로 내실있는 영업을 해왔지만 경쟁이 과열되면 어쩔 수 없이 저가수주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