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IT(정보기술)산업이 중국과 동아시아를 강타하고 있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영향권에 접어들고 있어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11일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4월 IT산업은 수출 39억2천만달러, 수입 28억9천만달러를 기록, 10억3천만달러의 흑자를 달성했다. 외형상 수출은 작년 4월대비 10.3% 늘어났고, 무역수지도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있지만 통상 3개월전에 수출신용장(L/C)이 개설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수출실적은 사실상 1월이전의 계약물량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지난 3∼4월 동남아시아와 중국으로 급속히 확산된 사스의 영향은 5월이후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통부는 "4월 수출실적을 고려할 때 사스의 확산으로 인한 수출차질은 아직까지 본격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사스의 장기화로 인한 중국 등 동아시아 경제의 위축은 향후 이 지역에 대한 IT수출비중이 놓은 우리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중국,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아시아 지역 7개국은 우리나라 IT수출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사스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IT수출비중이 20%에 달하고, 대중국 수출품목중 휴대폰 등 IT제품이 31%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사스 위험지역인 중국, 홍콩 등 현지시장에서는 재고가 증가하고 주문이취소되고 있으며 해외 투자법인의 조업이 단축되는 등 직.간접적인 수출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정통부는 밝혔다. 또 우리기업들의 해외 전시회 참가 및 시장개척단 파견과 해외 바이어들의 방한등이 최소화 또는 지연되는 등 해외 마케팅 활동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사스로 인한 품목별 수출영향을 보면 현재 가장 사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휴대폰, 반도체, PC 등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대중국 수출품목 중 가장 높은 비중과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휴대폰의 경우 국내 중소 휴대폰 업체들의 임가공 라인이 사스여파로 중단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LG전자는 노키아, 모토로라 등 해외 경쟁업체에 비해 중국 현지 생산비중이 낮아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중국공장 비중은 각각 53%, 62.5%인 반면 삼성전자는 각각12.5%, 10%에 그쳐 사스로 인해 현지 공장가동이 중단될 경우 노키아, 모토로라는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설명이다. PC 및 모니터도 중국이 세계 2위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스의 악재를 만나 국내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시아는 세계 반도체 생산의 약 40%, PC 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이 지역의 경기침체는 전체 반도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사스로 인해 IT수출의 차질이 예상됨에 따라 정통부는 수출지역 다변화등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진대제(陳大濟) 장관이 6일부터 10일까지 호주를 방문해 초고속인터넷, 전자정부 등 `IT세일 외교'에 나선 것도 해외 수출지역 다변화 노력의 일환이다. 진 장관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방미에도 합류해 미국 기업들을 상대로 역시 해외 마케팅에 주력하는 한편 해외 기업들의 국내 공장 및 연구소 유치 활동 등을 펼 예정이다. 이에 앞서 변재일(卞在一) 차관도 국내 IT기업들과 함께 IT시장개척단을 구성,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3일까지 체코, 폴란드, 불가리아 등 중부유럽을 방문해 해외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