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이 총 11억∼12억달러 규모 외자유치를 다시 추진한다. 외국계 투자회사들은 이번에도 최고경영자(CEO) 지명권 등 경영권을 요구하고 있어 차기 CEO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LG그룹(1대주주)과 상당한 마찰을 빚을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로통신은 지난 1월 두루넷 인수를 번복하면서 외자유치도 동시에 무산됐으나 이달 중순께 AIG 뉴브리지 EMP(미국 통신전문 펀드) 등 외국 투자사와 협의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경영진은 다음주에 외국 투자사와 만날 예정이며,상반기 중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하나로통신 고위 관계자는 "파워콤이나 두루넷을 인수하지는 못했지만 하나로통신만으로도 투자 매력이 있다고 투자사들이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정부와 LG 삼성 SK 등 대주주들에게 투자 의사를 직접 설명하고 있을 정도로 적극적"이라며 "1년 이상 진행된 일이어서 주당 인수가격만 합의하면 협상이 의외로 빨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외국 투자사들은 현재 주당 3천원을 제시한 데 반해 하나로측은 이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투자사는 12억달러 가량의 자금을 투입할 경우 하나로통신 지분의 40%를 차지할 수 있어 지난해 협상 때처럼 CEO와 이사회 과반수 지명권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나로통신이 LG그룹의 지나친 경영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외국 투자사들과 손잡고 외자유치를 추진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LG측의 데이콤은 이에 대해 "금융권이 통신업계 여신을 줄이고 있어 외자유치 필요성에는 동감한다"면서도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자유치가 성사될 경우 LG그룹 지분은 현재의 13%대에서 7∼8%로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외자유치 협상이 급진전될 경우 다음달 9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CEO 후보를 선정하지 않고 선임을 연기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