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중에 게임을 하고 있지 않으면 오히려 혼나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 김건아씨(28)의 책상 위에는 잘 정리된 서류나 노트북대신 플레이스테이션2(PS2)와 TV가 있다. 직장 상사몰래 눈치봐가면서 게임을 하는 게임마니아들에게는 꿈에서나 가능한 상황이다. "국내 파트너업체들이 일본에서 들여오는 PS2용 게임들을 직접 해보고 한글화작업 등 완성도를 검토해야해요. 그래서 전 노트북대신 PS2를 끼고 살 수밖에 없어요." 그가 맡은 일은 SCEK의 국내 서드파트(Third Party)선정과 게임상용화단계까지의 조정자 역할이다. 김씨는 요즘 국내 게임업체들이 경쟁사인 MS의 X박스대신 소니의 PS2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득하느라 목소리까지 애교스러운 톤으로 바뀌었다. "PC게임이나 온라인게임업체들을 만나 앞으로 게임을 만들때 PS2를 플랫폼으로 채택하게 하거나 PS2용 게임을 선택하도록 설득해야 해요. 선택에서부터 상품화단계에서 끝까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신경쓰이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예요." 그가 지금까지 PS2 파트너로 선정,계약을 체결한 국내 업체만도 1백여개사에 달한다. 초반부터 경쟁사인 MS를 완전히 제압했지만 아직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유명게임개발사들이 소니와 MS를 두고 저울질하는 까닭이다. "온라인게임업체들은 자체 유료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어서인지 비디오게임플랫폼 결정에선 신중해 지는 듯해요." 그래서 그의 올해 최대 목표는 주요 개발사들을 우군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김씨는 SCEK에 합류하기 전인 지난해까지 영화 '박하사탕 '오 수정' 등의 해외 마케팅을 맡았었다. 하지만 게임산업을 차세대 미디어산업으로 보고 지난해 과감히 SCEK로 옮겼다. 영문학과 교수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쌓은 영어실력과 연세어학당에서 배운 일본어 실력덕분에 SCEK내에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딸만 있는 집안에서 자랐지만 어려서부터 PS1을 할 정도로 게임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직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디오게임의 저변 확대와 국내 게임산업발전에 일조를 한다는 생각에 보람이 커요."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