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 주도로 추진돼온 위피(WIPI:상호운용성을 위한 무선인터넷 플랫폼)의 도입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KWISF)이 위피와 관련한 지적재산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이하 선)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일고 있다. 30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KWISF는 위피의 자바 부분에 선의 MIDP(Mobile Information Device Profile)에 대응하는 부분이 포함돼 있음을 인정하고 버전 1.2나2.0이 될 차기 위피 버전을 미국 선과 공동으로 개발키로 합의, 로열티 지불 등에관한 협상을 준비중이다. 최근 선은 MIDP 라이선스 등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위피가 침해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을 지적재산권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식 의견서를 미국 USTR(연방무역대표부)에 제출하는 등 위피와 관련한지적재산권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KWISF와 선은 구체적인 로열티 액수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단말기 1대당 30센트 정도 수준에서 합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고 있다. 선의 모바일 자바 기술을 사용한 무선인터넷플랫폼이 세계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등 사실상 세계 표준으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순수 국내 기술을 고집하는 것보다 해외시장 진출시 유리할 수 있다는 게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고있는 KWISF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단 호환성 문제가 생겨나기 때문에 앞으로 위피의 업그레이드 및 변경이 이뤄질 때 지속적으로 선과 협력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데다가 마케팅을 위해서도 선이 보유한 자바 상표권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어 해외시장 독자 진출을 위한 위피의개선.발전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초 정통부 등은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에의 기술종속을 탈피하고 모바일 플랫폼의 국제 표준화를 주도하는 한편 전세계 무선인터넷 시장 확보를 겨냥한다'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웠으나 요즘은 `순수국내 표준은 곧 세계 시장에서의 고립이며 로열티를 물더라도 선의 라이선스를 수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쪽으로 슬그머니 말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솔루션 업체의 한 관계자는 "로열티를 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부 정통부 관계자들이 호언하는 대로 상호접속기준 개정을 통한 위피 법제화를 강행할 경우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의 대리점 노릇을 해 주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이 빚어진 것은 KWISF에서 위피 제정을 주도해 온 정통부와 ETRI(전자통신연구원) 관계자들의 안이한 대응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위피에 사용된 모바일 자바 규격은 이미 대표적인 오픈소스 운동인 GNU 등을 통해 공개된 기술이기 때문에 지적재산권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포럼과정통부의 애초 판단이었다. 그러나 선은 SCSL(Sun Community Source Licensing)에서 자사가 공개한 소스를로열티 없이 사용가능한 경우는 연구목적에 한하며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면 선과 개발자 상호협의하에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명시해 둔 상태였다. 선이 GNU를 통해 통해 원천 소스를 공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작권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한 변리사는 "저작권 관련 민.형사 소송은 친고권이 인정되기 때문에침해 사례에 대해 처벌이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저작권자의 의사에 달렸다"며"따라서 선이 GNU는 문제삼지 않고 우리 나라만 문제삼는다고 해서 선의 입장이 약화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선이 문제삼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보통 이같은 경우 지적재산권 권리 말소시효는 20년 정도인데 1999년부터 잡더라도4년밖에 안 된 상태에서 말소시효를 논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결국 `자바를 많이 확산시키고 나중에 저작권 문제를 주장해실익을 확보하자'는 선의 마케팅 전략에 우리 나라가 홀랑 넘어간 꼴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