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식 하나로통신 회장(67)이 28일 자진 사퇴했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여부를 둘러싸고 표대결까지 갈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LG그룹은 하나로통신 경영권 행사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 통신 3강 도약의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 자진사퇴 배경 =신 회장은 27일 저녁까지도 재선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었다. 하지만 주총이 열리기 한 시간 전인 오전 9시께 자진사퇴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오전 9시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 신 회장이 고민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전날까지 지지를 표명한 삼성전자 등 주요 주주들이 이날 아침 지지의사를 철회한게 결정타가 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주총 의장을 맡은 신 회장은 정관변경건을 투표에 부쳤으나 참석주주의 34.8%만 찬성, 부결됨에 따라 곧바로 이어진 이사선임건에서 사퇴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와 관련, 신 회장은 퇴임사에서 "정치권의 모의원 등이 조직적으로 자신의 연임을 저지하는 움직임을 보여왔으며 대주주인 LG그룹도 협조는커녕 지속적으로 경영활동의 발목을 잡아왔다"며 정치권 음모론을 제기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 LG, 통신 3강 기반 마련 =LG는 하나로통신 지분 16%를 가진 대주주이면서도 신 회장과의 경영 알력으로 하나로를 통신 3강의 발판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신 회장의 퇴임으로 LG그룹은 3백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기반을 갖고 있는 하나로통신을 통신 3강 도약을 위한 중요한 교두보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하나로통신(시내전화 초고속인터넷) 외에 LG텔레콤(이동통신) 데이콤(시외.국제전화) 파워콤(기간망사업자) 등을 묶어 유.무선통신 분야에서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데이콤과 하나로통신은 초고속인터넷 사업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로가 사업허가를 받은 시외.국제전화 사업의 경우 이를 위한 정관변경이 부결돼 데이콤으로 일원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로가 추진중인 디지털 케이블TV사업도 데이콤과 협력, 시너지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 하나로 경영은 어떻게 =이날 주총에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이인행 대표이사 부사장이 대표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또 이종명 부사장, 김진덕 전무등 2명과 함께 하나로통신을 공동운영하기로 했다. LG는 이 대표와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통신 3강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 인사를 최고경영자로 영입하는 일은 하나로통신의 또 다른 대주주인 삼성이나 SK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