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 주도로 추진되던 WIPI(상호운용성을 위한 무선인터넷 플랫폼)의 도입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WIPI를 둘러싼 국제적 지적재산권 시비와 함께 통상마찰이 계속되고 있어 WIPI 도입 및 국가표준화가 무산되거나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9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자바 관련 라이선스를 보유한 미국의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지난달 중순 USTR(미국 무역대표부)에 WIPI가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으며 한국 정부가 WIPI를 의무화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퀄컴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플랫폼 통합계획 닷넷(.net) 프로젝트와 연계된 자사의 BREW 플랫폼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USTR을 통해 우리나라 정부에 WIPI 의무화를 포기토록통상압력을 넣고 있다. 이같이 미국측의 통상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의 WIPI 상용화를 위한 업체들의 작업도 계속 늦춰지고 있어 일각에서는 WIPI의 앞날이 어둡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WIPI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 의해 지난해 4월 업계표준으로 제정됐으며 당초정통부 등은 WIPI를 작년까지 상용화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일정이 계속 미뤄져 이를 구현한 단말기나 콘텐츠는 아직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와 모바일 플랫폼 및 솔루션 관련업체들은 지난달 중순 WIPI 탑재 단말기 발표회를 공동으로 열 계획을 세웠으나 이 계획은 무산됐다. 이동통신 3사는 일단 올해 상반기 중 WIPI 탑재 단말기를 내놓겠다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세우고 있으나 과연 이 계획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라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현재 SK텔레콤은 국내업체들이 자체개발한 GVM과 SK-VM을, KTF는 미국 퀄컴의 BREW를, LG텔레콤은 K-VM을 모바일 솔루션으로 채택, 사용하고 있으나 이들 솔루션간의 호환성이 없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WIPI 도입이 추진돼 왔다. 지난해 말 정통부 등은 전기통신설비 상호접속기준을 개정, WIPI를 법적으로 의무화해 국가표준으로 삼을 방침이라고 발표했으나 WTO(세계무역기구) 등과의 협의가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여서 법제화 방침 역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의 특정 업체들이 지적 재산권 문제와 불공정 무역 시비를 걸며 우리나라가 WIPI를 국가표준으로 도입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어 달라는 요청을 USTR에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WIPI 추진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선인터넷 플랫폼 표준화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매우 절실한 작업"이라며 "정통부 계획대로 WIPI가 국가표준화된다 하더라도 정부의 역할은 자율적으로 정해진 업계 표준을 추인해 주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정부 직접 주도로 WIPI를개발한 것이 아니므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