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필텔레콤은 한동안 소비자의 기억에서 잊혀졌다가 최근 되살아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 1994년 창업 이래 "어필" 브랜드의 무선호출기(삐삐)가 인기를 모으면서 90년대 후반까지만해도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삐삐가 급속도로 시장에서 퇴출되고 98년 모토로라의 투자 이후 코스닥 등록조차 철회되면서 세인의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모토로라의 지분 참여 이후 휴대폰업체로 변신하면서 재기에 성공,지난해 7천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1조5천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전량 '모토로라'브랜드로 생산하는 까닭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휴대폰업계의 숨은 강자인 셈이다. ◆전략적 제휴=90년대 후반 들어 삐삐산업이 쇠락하고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이른바 '삐삐 3인방'으로 불렸던 팬택 어필텔레콤 텔슨전자는 서로 다른 길을 택한다. 팬택은 공격적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를 추진했다. 텔슨은 대규모 M&A보다는 독자 생존의 길을 걸었다. 어필텔레콤은 이와는 달랐다. 모토로라가 51%의 지분을 참여하는 형태의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위기상황에서 대규모 외자(3천5백만달러)를 유치했고 자율경영도 보장됐다. 단말기 개발·생산과 관련해 모토로라와 일일이 협의해야 하는 부담도 없지 않았지만 마케팅은 모토로라에 맡기고 휴대폰 개발과 생산에 전념한다는 어필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3인방의 선택은 달랐지만 현재까지 모두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술력 및 생산능력=어필텔레콤 이가형 사장은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이다. 따라서 마케팅이나 영업에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가장 자신있는 분야는 역시 기술이다. 어필은 98년 마의 80g 벽을 깬 세계 최경량(79g) 휴대폰을 출시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물론 이 '사건'은 삼성·LG전자에 충격 그 자체였다. 지난해 3월 모토로라가 중국에 내놓은 야심찬 신제품(모델명:V680)은 출시 7개월 만에 최단기간 1백만대 판매란 기록을 세웠다. 이를 토대로 모토로라는 중국 CDMA방식 휴대폰 시장점유율 50%를 넘어섰다. 이 단말기는 어필의 작품이었다. 모토로라가 중국에 공급하는 CDMA단말기의 90%는 어필이 개발·생산한 것이다. 경기도 이천의 생산공장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공장들의 경우 재료비와 감가상각을 제외한 인건비 및 부대비용(컨버전 코스트)이 단말기 한 대당 6달러 수준이다. 어필의 공장은 이와 근접한 수준에 와 있다. 중국과 인건비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지만 시간을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생산라인을 설계한 탓이다. ◆향후 전망=중국 CDMA시장이 커지면서 어필은 고속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년보다 두 배의 성장률을 보인 데 이어 올해 1조5천억원의 매출에 순이익 1천1백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3·4분기 중 상장을 추진하면서 대주주 지분 변동이 불가피하지만 모토로라와의 제휴관계는 유지한다는 게 회사측 생각이다. 어필은 하반기부터 유럽형 GSM방식의 휴대폰사업도 시작한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