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메신저가 세상을 바꾼다.


처음 등장했을 당시엔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 사이에 쪽지를 주고 받는게 전부였던 메신저가 네트워크 세상을 뒤바꾸는 강력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백혈병을 앓던 중국동포 어린이 왕뢰 돕기운동, 월드컵, 대통령 선거, 미군압사 여중생사건 등 지난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사건들은 어김없이 메신저를 통해 확대 재생산됐다.


메신저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하지 않고서도 인터넷 콘텐츠나 각종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휴대폰은 물론 전용 무선단말기까지 등장, 메신저의 기능과 역할이 모바일 세계까지 바꿔가고 있다.



<> 네트워크 전령사


최근 정치.사회 전반의 주도세력으로 떠오른 '2030' 세대들.


철저하게 개인주의에 뿌리를 둔 이들이 파워그룹으로 뭉치게 된데는 인터넷이 밑바탕이 됐다.


특히 신세대 네티즌들의 필수 통신수단으로 자리잡은 메신저의 힘이 컸다.


지난해말 전국을 뜨겁게 달군 미군전차사고로 사망한 여중생 추모시위도 메신저를 통해 급속하게 확산됐다.


사건의 핵심인물이던 미군의 무죄방면이 결정되자 이에 분노한 네티즌들은 자신의 메신저 대화명 앞에 조의 리본을 단 문양을 넣었고 이는 SOFA 개정 캠페인으로 번져갔다.


이 과정에서 조의 리본은 검정색 나비모양(▶◀)->하얀색 나비모양(▷◁)->삼베조각 문양(▦)->전통 삼베문양(▩)으로 순식간에 차례로 바뀌어 나갔다.


추모도 우리 것을 따라야 한다는 자의식의 발로였다.


이 뿐이 아니었다.


대선에서 톡톡히 한 몫을 해냈다.


'㉦80.8%'를 대화명 앞에 붙여 네티즌 스스로가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캠페인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메신저의 파괴력은 즉시성과 자발성에 있다고 지적한다.


메신저는 e메일 등과는 달리 PC가 켜져 있으면 실시간으로 쌍방향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드러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채팅과는 달리 지인(知人)들끼리 의사소통을 하는 매개체라는 점도 정보의 신뢰성을 높여줘 파급력을 높여준다는 평가다.



<> 유무선 통합 통신수단으로 변신


메신저는 모바일 환경에서도 대표적인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벌써부터 메신저는 단문메시지서비스(SMS)를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다.


휴대폰으로도 PC에서와 똑같은 방식으로 메신저를 사용할 수 있고 싼 요금이 장점이다.


40자 기준으로 30원인 문자서비스보다 메신저는 50배나 저렴하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최근 선보인 메신저서비스 '네이트온'은 출시 2주만에 하루 접속자가 55만명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최대 메신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MSN도 내달부터 KTF와 손잡고 휴대전화 메신저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드림위즈는 최근 메신저와 e메일을 이동중에도 메신저서비스 '지니'를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무선단말기를 내놓았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가종현 부사장은 "유무선 통합환경에서 위치기반서비스, 인터넷 콘텐츠서비스 등과 어우러져 서비스되면 메신저의 파괴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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