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방법'(공격을 받아 마비됐다는 뜻의 사이버 속어) 당했다" 사상 초유의 전국 인터넷 마비사태에 대해 네티즌들은 "9.11 테러사태보다 더충격적이다. 상상조차 못 하던 일이 일어났다"고 경악했다. 특히 인터넷 의존도가 높은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이 막히자 "세상에서 단절된것 같고 물이나 전기가 안나오는 것보다 더 답답하다"며 공포감마저 토로했다. 나우누리 사용자 이모씨는 "정말 무섭다. 시작페이지인 야후도 접속이 잘 안되고 MSN도 먹통.. 늘 인터넷 붙들고 살던 나같은 사람에게는 악몽이다"라며 "빨리 뉴스특보라도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다른 네티즌 신모씨는 "너무 어이 없고 무슨 전쟁이 일어난 것 같다"며 "초고속통신망이 아무리 발달해도 이리 쉽게 전국적으로 순식간에 (인터넷이) 멈춰버리는데뭐하나"고 푸념했다. 이같은 사태가 워낙 유례없는 것이어서 최초 사태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적지않은 네티즌들이 개별 컴퓨터의 고장이거나 특정 통신망의 장애로 판단, 바이러스백신으로 검색하고 하드디스크를 포맷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 프리챌 이용자 이모씨는 "인터넷이 안돼 컴퓨터 과열인줄 알고 전원을 꺼놨다다시 켜도 안돼 하드를 포맷했는데 알고보니 전국적 마비사태였다"며 "급하게 포맷하다 보니 미처 백업하지 못한 귀중한 자료들이 날아갔다"고 한탄했다. 그러다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불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점차 퍼지면서 정보에 목마른 많은 네티즌들이 연합뉴스를 비롯한 언론사 사이트 등에 접속을 시도했으나 이들 사이트마저 일제히 멈추면서 오히려 낭패감만 가중됐다. 당황한 사람들은 주위의 친구나 친지 등에게 전화로 "그쪽도 인터넷이 안되느냐"고 물어보는 등 사태의 규모를 파악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또 극소수 접속가능한 사이트에는 사용자들이 몰려들어 관련 뉴스를 실시간으로퍼나르는 등 정보를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사태가 점차 진정되면서 네티즌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그간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화자찬하던 우리의 허약한 실태가 드러났다"며 당국에 대한 성토와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쓴 한 일본유학생은 "마이니치 신문의 인터넷 화면에 'IT 대국 한국, 인터넷 마비'라는 제목이 전면을 차지했다"며 "평소 한국의 인터넷은 대단한 자랑이었고 부러움도 많이 샀는데 이번에 망신살이 톡톡히 뻗쳤다"고 전했다. 다른 한 네티즌은 "국가 전체의 인터넷망이 일순간에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질수 있다는 것은 건축으로 치면 엄청난 부실공사"라며 "이런 국가적 망신의 책임을지고 정보통신부 장관은 사임하라"고 비난했다. 이 와중에 인터넷과 달리 나우누리 등 일부 PC통신망은 정상 가동됐다는 사실이알려지면서 사용자가 폭주해 '구닥다리' 취급을 받아오던 PC통신이 새삼 각광을 받기도 했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이번 사태를 '인터넷 붙박이' 생활에서 벗어나 다른 일을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우누리 사용자 김모씨는 "MSN이 15분째 접속이 안되고 있는데 이참에 오랜만에 '폐인' 생활을 그만두고 아는 친구들이나 만나러 나가야겠다"며 "온라인이여 바이바이. 나는 오프라인 세계로 떠나련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