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통화의 55%는 위치에 관련된 내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디 있니" "그곳에 어떻게 가니" "그쪽 교통사정은 어떠냐" 하는 것들이다. 이 때문에 요즘 미국에서 위치에 관련된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지도를 기반으로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은행 주유소 상점 등 관심지역(POI:Point of Interest) 안내, 교통 상황 등 다양한 형태의 위치기반서비스(LBS)가 제공되고 있다. LBS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대용량의 서버와 데이터베이스를 갖춰야 한다. 1백만명의 가입자를 지원하려면 약 1천6백만달러가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가입자가 늘어나는데 맞춰 시스템도 따라서 늘려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 업체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의 한 벤처기업이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동쪽 에머리빌에 있는 웨이브마켓(www.wavemarket.com)은 이동중인 가입자의 동적인 위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솔루션(웨이브IQ)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로케이션 인텔리전스)과 서버(폴링 서버)로 구성돼 있다. 이 회사 제품의 특징은 위치 및 시간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는 점. MIT에서 10여년에 걸쳐 연구해온 독창적인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개발된 로케이션 인텔리전스는 위치 및 시간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또 폴링 서버는 가입자들의 위치정보 조회가 폭주해도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막아준다. 지난 99년 이 회사를 창업,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타소 라우멜리오티스는 "가령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음식점 5개를 찾는데 기존의 일반 시스템은 초당 5건밖에 처리하지 못하지만 이 시스템은 8백건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 안내의 경우 이 시스템은 초당 2백건을 처리하지만 일반시스템은 10건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같은 가입자를 지원하는데 필요한 컴퓨터나 메모리를 크게 절약하고 관련 소프트웨어 도입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라우멜리오티스 CEO는 이 시스템을 채택할 경우 1천만 가입자 기준으로 비용 절감액이 1억달러에 이른다고 자랑했다. 이 회사는 현재 미국 유럽 등지의 5개 이동 전화회사에 이 시스템 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며 "계약 성사 단계"라고 라우멜리오티스 CEO는 전했다. 또 택시나 버스회사, 교통정보가 필요한 경찰이나 시정부 같은 공공기관에도 이 시스템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이같은 기술을 높이 평가받아 벤처투자가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해 10월 8백6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투자자는 노키아벤처파트너스 인텔캐피털 텔레콤이탈리라 등 세계적인 투자자. 한국 코오롱그룹의 아이퍼시픽파트너스도 투자했다. 이 시기에 무선 관련 소프트웨어회사로서는 유일하게 벤처 투자를 받았다고 라우멜리오티스 CEO는 설명했다. "요즘도 벤처캐피털 회사로부터 일주일에 너댓건씩 추가 펀딩 계획을 묻는 e메일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