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의 전화번호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 이미 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 번호까지 부여한 상태에서 이를 백지화하고 유·무선 통합번호 도입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전화번호를 유·무선이나 가입회사 구분없이 9자리로 바꾸자는 통합번호는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데도 정통부가 의견 수렴도 제대로 하지 않고 추진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통부는 최근 통신사업자와 학계,연구소 전문가들이 참가한 번호정책 관련 회의에서 장기적으로 8∼9자리의 유·무선 통합번호 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으로 IMT-2000 서비스에 이미 할당된 '010X'번호체계의 실행이 불투명해졌으며 인터넷전화에 대한 연내 식별번호 부여방침도 연기됐다. 이와 관련,이상철 정통부 장관은 최근 "IMT-2000에 010X의 번호를 부여했으나 번호를 부여했다고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IMT-2000부터 번호정책이 변화될 수 있음을 시사,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만약 전화번호 체제를 전면적으로 바꾸면 국민들은 새로운 전화번호에 익숙해질 때까지 생활에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간판이나 명함 등 전화번호가 들어가는 곳은 모두 변경해야 한다. 정통부는 또 현재 서비스 중인 2세대 이동전화에 대해 번호이동성 제도 조기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각 사업자별 무선인터넷 플랫폼이 다른 상황에선 번호이동성이 실행된다고 하더라도 가입회사를 바꾸면서 단말기도 교체해야 하므로 큰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조기 도입 논의가 난관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정통부가 이처럼 번호정책에 대한 갈피를 못잡음에 따라 IMT-2000 사업자들과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마케팅에 혼선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통합번호는 현재의 번호체제 상황에선 3∼4년 내 적용이 불가능한 장기 과제"라며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