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통신업계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케이블TV방송사들이 가격파괴 바람을 일으키면서 통신사들의 고유영역이었던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벌이고 있는 데다 통신사들도 방송사업 진출을 모색하면서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위성디지털오디오방송(DAB) 사업을 추진하면서 방송분야 진출을 선언함에 따라 기존 방송사들의 견제가 한층 심화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위성DAB의 기술표준을 정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했으나 SK텔레콤은 일본에서 개발한 '시스템E'를 채택하자는 입장인 반면 방송사들은 지상파DAB 표준과 유사한 '시스템A'를 주장하고 있다. 두 기술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같은 갈등은 통신사가 방송분야에 진입하는 것을 방송사들이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일본업체와 공동으로 위성을 쏘아올릴 예정인데 국내 기술표준이 시스템A로 결정될 경우 사실상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시스템E나 복수 표준을 채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케이블TV방송국들이 저가를 무기로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이미 확보된 케이블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통신사에 비해 20% 이상 사용료를 적게 받아도 충분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 큐릭스는 서울 종로·중구와 서대문구 등에서 2만원 정도에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한국케이블TV중앙방송도 1만9천원대 상품을 내놓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2만원대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업계 관계자는 "초고속 가입자가 1천만명을 넘어섰지만 케이블TV 가입자도 연말에 1천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며 "비슷한 품질을 구현하면서 저렴한 가격대로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케이블TV 업체들이 무시 못할 존재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KT가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을 들고 나온 것이 후발 통신업체 견제용이란 분석도 있지만 케이블방송사들과의 차별화 전략이란 측면도 있다"며 "초고속 시장에서 통신사와 방송사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