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전 대덕연구단지를 방문한 북측 경제시찰단(단장 박남기)은 남측의 과학기술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이날 오후 2시50분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도착한 북 시찰단은 30분간 연구원 홍보비디오를 시청한 뒤 연구원 정보통신전시관에 들러 비동기식전송모드(ATM) 교환기와 3차원 TV, 음성언어번역시스템, 골도전화기 등을 세심하게 관찰했다. 김일성 종합대 컴퓨터과학대 김철호 부학장은 장애인을 위한 전화기인 골도전화기와 3차원 입체음향기 등에 큰 관심을 보이며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실제로 작동해본 뒤 원리를 직원에게 묻기도 했다. 북측의 한 인사는 ETRI 전시관을 나서면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정보통신의 고향'이라는 증거를 달라"며 연차보고서를 요구했으며 또 다른 인사는 "그동안 북측은 기초과학 연구에 집중한 반면 남측은 연구개발 결과물을 산업화하는 데 노력한것 같다. 앞으로 남북이 협력할 게 많을 것 같다"며 연구소 방문 소감을 피력했다. 전시관 관람을 마친 박 단장은 방명록에 "우리 민족의 장래는 무궁무진합니다"라고 서명한 뒤 ETRI 오길록 원장에게 '옥돌 공예품'을 선물로 줬다. 이에 앞서 시찰단은 한국화학연구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벼 제초제는 한 정보당 몇g이나 뿌리느냐", "탄소섬유의 용도는 무엇이냐" 등을 질문, 직원이 "(용도는)골프채"라고 하자 "낚싯대로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문적인 지식을드러내기도 했다. 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젖소를 이용한 락토페린 생산기술'과 '유전자 조작', '사료 첨가효소'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관련 자료와 연차보고서를 부탁하는 등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환영오찬에서 염홍철 대전시장은 북 인사들에게 "호텔에서 10분 거리에 엑스포과학공원이 있고 현재는 이 곳에서 세계 사이버게임대회가 열리고 있다"며 엑스포과학공원 방문을 제의하자 북측 인사들이 솔깃했으나 남측안내관들이 "시간이 없고 경호에 문제가 많다"며 제지해 성사되지 못했다. 오찬장은 남북 양측 인사들이 서로 긴장한 탓인지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오 원장은 "음식도 많이 나오고 푸짐했으나 오찬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무거웠다"며 다만 김책공대 홍서헌 총장은 "김책공대는 대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전체 학생 1만1천명 중 석.박사 과정 학생이 2천명에 이른다"고 소개, 분위기가 다소 부드러워졌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이은파기자 silv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