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ADSL(비대칭 디지털가입자회선)보다 6배이상 빠른 VDSL(초고속 디지털가입자회선)로 진화할 전망이다. VDSL 서비스지역을 조금씩 넓혀오던 KT가 최근 공격적인 투자로 방향을 잡음에 따라 하나로통신 두루넷 데이콤 등도 올해말부터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요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초고속망 장비업계도 기대에 부풀어있다. VDSL(Very high bit rate DSL)은 광케이블을 기반으로 상.하향 인터넷 속도가 최고 13Mbps인 차세대 광대역서비스다. 최고 2Mbps 속도를 구현하는 ADSL보다 6배이상 빠르다. 또 상.하향 속도가 같은 대칭형이어서 원격교육 등 양방향 멀티미디어 수요를 충족시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너도나도 VDSL=KT는 지난 7월부터 VDSL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나로통신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서울 강남지역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VDSL 가입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연내 5만명,내년에는 40만명,2004년에는 1백40만명으로 가입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KT에 자극받은 하나로통신도 지난 8월 시작한 "e밸리V"(Valley-V)라는 VDSL 서비스에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두루넷은 이달초부터 서울지역 7개 아파트단지,1천여세대를 대상으로 VDSL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빠르면 12월부터 상용서비스에 들어갈 방침이다. 온세통신도 다음달부터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14개 도시에서 VDSL 상용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밖에 파워콤을 인수하면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려는 데이콤도 최근 총 2만회선의 VDSL 장비를 구매했다. 왜 VDSL인가=VDSL 붐에 불을 붙인 곳은 KT다. KT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증가율이 내년부터 한자리수로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증가율은 2000년 1천6백%,2001년 93.4%에서 올해 18.4%,내년 8%,2005년에는 1.7%로 둔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포화상태에 이른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성장을 유지하려면 경쟁업체의 가입자를 빼앗아오거나 새로운 서비스로 시장을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다. 대도시 아파트지역에서 하나로통신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도 KT가 VDSL 조기 도입을 결정하게 한 요인이다. 보완 과제=KT의 이같은 공세에 하나로통신등 후발사업자들은 "통신업계 공룡인 KT가 후발업체 죽이기에 나섰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KT의 VDSL 서비스가 기존 ADSL 이용자들에겐 불이익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ADSL과 VDSL이 월 3만4천원(3년계약시,메가패스 프리미엄 상품 기준)씩 같은 요금을 받기 때문. KT는 양 방식 모두 8Mbps로 최고속도를 제한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속도는 ADSL은 1~2Mbps,VDSL은 최저 6.5Mbps다. 이용자 차별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KT는 VDSL 원가가 ADSL보다 싸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불만이다.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