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올해부터 국제자유도시 7대 프로젝트의 하나로 R&D 허브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기술(BT)이나 (정보기술(IT) 등 첨단분야의 국제적 연구단지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제주도뿐만 아니다. 연구개발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대덕연구단지는 R&D 허브의 핵심이 되겠다고 나섰다. 천안 광주 대불 등 외국인 전용공단도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허브구축에 신경을 쏟고 있다. 인천 송도와 부산 등은 IT분야의 허브로 발돋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이나 연구단지가 외국 기업들이 탐을 낼수 있는 R&D 허브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을지는 한마디로 의문이다. 정부차원의 R&D 프로그램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 등이 허브구축에 필요한 제도를 마련하고 인력 장비 등을 공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R&D 허브 추진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 R&D 허브정책 난립 =지방자치단체들이 외국기업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경제특구를 비롯 외국인 전용공단, 외국인 투자지역, 자유무역지대 등 제도를 마련,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R&D 허브 구축에 핵심역할을 할 대덕연구단지의 경우 외국인이나 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물론 연구단지 입주에 외국기업을 우대하는게 바람직한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외국 기관과 기업의 연구소들이 대덕을 R&D센터로 활용토록 하기 위해선 세제지원 부지제공 등 유인장치가 필요하다는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정부 부처별로 허브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정보통신부는 서울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인천 송도 지식정보산업단지, 부산 센텀 IT미디어집적화 단지 등 국내 디지털미디어 단지조성계획을 담은 동북아 IT허브방안을 내놓았다. 산업자원부도 R&D허브 구축을 통해 한국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도 동일 업종 기업들의 집합체인 기존 클러스터(Cluster) 개념을 뛰어넘어 연구개발센터 역할을 하는 '지식 클러스터 사업'을 중점 지원하고 있다. 일본계 기업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 투자하려고 해도 어디와 접촉하고 어느 곳에 연구소를 설립해야 할지 헷갈린다"며 "담당부서 등을 우선적으로 교통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석봉 대덕넷 사장도 "대덕을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요즘 늘고 있지만 한국진출에 따른 메리트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고개를 흔들어 버린다"고 설명했다. ◆ R&D 생태계가 형성돼 있지 않다 =R&D 허브의 핵은 연구중심 대학이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 등 국가 연구기관과 기업연구소가 연결되는 거대 연구개발센터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 산.학.연이 공동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하면 기업이 곧바로 이를 상품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등 시장 정보는 물론 인력채용 컨설팅 물류 법률서비스까지도 받을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산.학.연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외국기업 유인장치를 마련하는 등 R&D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 장기 비전이 없다 =국제적인 연구개발거점이 되려면 적어도 20년 이상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도 허브가 되기까지 30년이 걸렸으며 싱가포르의 주롱 테크노파크도 10년이상이 걸렸다. 일부에서는 외국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R&D 허브 구축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국내 연구개발 수준을 우선 끌어올린 다음 외국기업을 유치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핀란드처럼 글로벌 지향으로 가지 않고서는 동북아 R&D 허브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화학연구원의 김충섭 원장은 "R&D 허브가 되려면 우선 밑바닥부터 다져야 한다"며 "지금부터 외국인들이 원하는 것을 하나씩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춘호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삼성.포스코.산업기술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