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 산하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지난 17일 엔씨소프트[36570]의 `리니지' 게임을 성인등급인 `18세 이용가'로 분류한 것을 놓고 찬반의견과 갖가지 해석이 분분하다. 일단 게임업계와 청소년 게이머, PC방 업주들은 영등위의 이러한 판정에 `말도안되는 정부기관의 횡포'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게임산업연합회의 임동근 회장은 20일 "영등위가 재심의에서 리니지를 낮은등급으로 분류한다고 해도 이미 충격파는 일파만파로 퍼져버렸다"며 "자칫 온라인게임 산업의 뿌리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영등위의 등급분류가 최종 결정될 경우 리니지를 할 수 없게 된 청소년 게이머들도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리니지가 폭력성을 유발한다는 것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며 "어떻게 해서든지 리니지를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PC방 역시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PC방 매출의 30% 이상을 리니지가 차지했기 때문에 최근 가뜩이나 업체수의 과잉으로 사정이 어려운 마당에 리니지를 서비스하지 못한다면 상당수의 PC방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등급 분류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리니지를 3년간 해왔다는 한 20대 게이머는 "리니지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게임이 아니라 하면 할 수록 긴장되고 돈을 버는 게 목적인 게임으로 변질됐다"며 "오죽하면 `리니지 폐인'이라는 말이 나오겠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게이머 역시 영등위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내가 만약 부모라면 자식이리니지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하겠다"며 "리니지는 폭력성 뿐 아니라 중독성과 아이템의 현금거래에 따른 성매매, 사기, 폭력 등 범죄양산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말했다. 일부 게임업체들은 이번 판정을 그동안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독점구도가 깨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업체 E사 관계자는 "리니지가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상황에서 다른 게임들이 성장할 여지가 없었다"며 "이번 영등위의 판정으로 게임내용이 대폭 수정되거나 청소년들의 접근이 금지되면 다수의 업체가 경쟁하는 구도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니지에 대한 이번 등급분류가 문화관광부의 엔씨소프트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분석에 영등위의 한 심의위원은 "게임 등급분류를 담당한 심의위원들의 면면을 보라"며 "엔씨소프트와 문화부와의 관계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 위원들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이 심의위원은 "같은날 등급분류된 씨멘텍의 `헬브레스'도 성인등급을 받았다"며 공정성 시비를 일축하고 "아무리 소비자들로부터 반응이 좋은 제품이라도 사회적부작용을 일으킨다면 업체의 자정노력과 책임의식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리니지가 미국에서는 13세가 이용할 수 있는 등급을 받았는데도 국내에서는 성인게임으로 분류된 것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게임 전문가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같은 리니지 게임을 즐기면서도 이번에영등위에서 지적된 PK(상대방의 캐릭터를 죽이는 행위)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미국과 국내 등급을 단순비교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번 등급분류로 큰 타격을 입은 엔씨소프트가 재심의 또는 헌법소원을 검토중이어서 엔씨소프트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onhapnews.net